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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화려한 겉모습에 속으면
독이 온 몸에 퍼지는 재앙 맞을 것
‘황제 복무’ 놓고 온갖 궤변 난무
국민 각자 ‘주권자 책임’ 다해야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집단의 성향은 더더욱 그렇다. 이솝우화 ‘농부와 뱀’의 이야기를 읽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인간의 본성을 너무도 정확히 꿰뚫은 까닭이다.

어느 겨울에 농부가 길을 가다 추위에 떨고 있는 독사를 발견했다. 농부는 측은한 마음에 뱀을 집어 품 안에 넣었다. 잠시 후 따뜻한 온기에 생기를 되찾은 뱀은 그만 농부를 물고 말았다. 농부는 독이 온몸에 퍼져 죽어가면서 “아! 사악한 것에 동정을 베풀었더니 이 지경이 되는구나”라고 탄식했다. 그러자 뱀이 말했다.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제 본성이라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좌파의 남 탓 타령은 뱀의 본성처럼 고치기 힘든 고질 같다. 그들은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지상낙원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공산혁명에 성공한 레닌은 “곧 모든 인민의 집에 황금변기가 놓이는 시대가 온다”고 외쳤다.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허언이다. 난관에 봉착하면 그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부르주아지 반동 탓, 제국주의 방해 탓으로 돌리면서 끊임없이 희생양을 찾는다.

왜? 자신들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실현하는 절대선을 추구하니까. 그런 고결한 집단에 오류나 흠결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중에 생긴 문제는 모두 내 탓이 아닌 네 탓이다. 문재인정부의 끝없는 내로남불도 이런 고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집권층은 자기 잘못을 딴 데로 돌리는 일에는 발군의 능력자다. 경기 악화는 통계 탓이고, 일자리 부진은 발목 잡는 야당 탓이고, 국가부채는 언론 과장 탓이고, 집값 폭등은 전 정부 정책 탓이다. 윤미향 의원의 추문은 토착왜구의 준동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 스캔들은 적폐 세력의 반동으로 몬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황제 복무’ 의혹을 놓고도 공익제보자를 범법자로 낙인찍고 의혹 관련자들은 궤변으로 감싸는 일이 벌어진다. 여당의 4선 중진 의원은 “군에 안 갈 수 있는 사람인데도 군에 갔으니 칭찬해야 한다”고 우긴다. 비행을 선행으로 바꾸자는 ‘소설 같은’ 얘기다. 추 장관 아들의 무릎 상태로는 군 면제를 받기 어렵다고 한다. 설혹 면제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황제 복무가 위법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여러 자녀 중 한 명이 부모님을 급히 병원으로 모시고 가던 중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음주운전자가 “차를 안 몰 수 있는데도 효심에서 운전했으니 나라에서 상을 줘야 한다”고 되레 큰소리친다. 지금 여권의 행태가 그 짝이다.

앞서 나온 뱀의 이야기는 이솝우화 ‘페리 인덱스 176번’에 실린 내용이다. 다른 버전도 있다. 농부는 예쁜 뱀을 집으로 데려와 아이들의 애완동물로 삼는다. 뱀이 아이들을 물려고 하자 농부는 뱀의 머리를 단숨에 잘라버린다. 새드엔딩이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감성보다 냉철한 이성을 앞세운 덕분이다. 뱀의 화려한 외양에 속아선 안 된다. 뱀의 겉모습에 현혹되면 다음 순서는 무시무시한 독 이빨의 재앙뿐이다.

악이 승리하는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이다. 눈앞의 불의를 못 본 척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죄악이다. 단테의 신곡에서도 지옥의 첫째 방에 갇힌 이들은 바로 방관자였다. 신은 세상일에 관심을 끈 채 오로지 자기 일신을 위해 중립을 지킨 무책임한 자에게 악인보다 더 큰 형벌을 내린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주권자의 의무이자 특권이다. 권력자가 개천을 뒤집고 오물범벅으로 만든다면 비록 힘없는 가재와 붕어와 개구리일지라도 당당히 소리쳐야 한다. “왜 개천을 더럽히느냐?” “개천이 니꺼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대공황의 위기가 고조되자 국민들에게 “지금 우리가 있는 장소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사용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했다.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금이야말로 나라의 주인이 나설 시점이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자. 이성의 눈을 뜨고 ‘독사의 머리’를 잘라내자. 악의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지 않으면 정말 ‘가붕개’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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