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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 가득한 이상향 찾아가는 태백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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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3 12:30:00 수정 : 2020-09-13 11: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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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 뚫고 나온 낙동강 발원지 황지·구문소 강물 용의 전설 흐르다 / 이상향 길목으로도 전해져 코로나 없던 일상의 시절 하루빨리 되찾길 빌어본다 / 한강 발원지 검룡소 가는 두문동재 트래킹 코스 야생화 가득···천상의 화원 / 안전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서 완강기 탈출법도 배워보자

 

검룡소

신비로운 초록 이끼로 뒤덮인 미지의 숲. 타임머신을 타고 5억년 전 고생대로 날아온 듯 인간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은 원시림의 날것 그대로다. 고요하게 땅속에서 솟아오른 물은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색으로 연못을 이루고, 넘치는 물은 영롱하게 반짝이며 어디론가 흘러간다. 먼 여행을 떠난 물은 한강이 되고 낙동강이 된다. 물은 인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력의 근원. 신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아닐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칠대로 지친 삶을 치유하는 이상향을 찾아 강원도 태백 검룡소와 구문소로 떠난다.

 

황지 표지석
황지

#태고의 신비 가득한 이상향을 찾아서

 

낙동강의 시원(始原)을 찾아가는 여행은 태백시 도심 중심에 있는 황지연못에서 시작한다. 연못 둘레는 100m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하루에 샘솟는 물이 약 5000t에 달한다니 신기하다. 아주 오래전 황지동 마을 전체는 연못이었다고 전해진다. 한때 태백 지역의 상수원으로 이용됐을 정도로 물맛이 매우 뛰어나다. 가뭄이나 큰 홍수가 닥쳐도 연못의 물은 줄거나 넘치지 않고 연중 섭씨 9∼11도를 유지할 정도로 태백의 상서로운 정기가 가득하다. 황지에서 샘솟은 물이 황지천을 이루고 철암천을 뚫어 1300리 길을 여행하면서 경상도에 들어서면 낙동강이 된다.

 

구문소

황지의 신비로운 전설을 가득 품은 곳이 구문소다. 남쪽으로 차를 몰아 20분 정도 달리면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구문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짙고 푸른 강물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산을 뚫고 나와 깊은 소를 이뤘다. 거대한 구멍은 마치 커다란 용이 꿈틀대며 산을 완벽하게 뚫고 지나간 듯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도 없을 듯한 풍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구문소(求門沼)는 ‘구무소’의 한자 표기로 구무는 ‘구멍·굴’의 고어. 다른 말로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고 해서 ‘뚜루내’라고도 불린다. 강물이 산을 뚫은 독특하고 기이한 지형은 약 1억5000만년 전에서 3억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다. 높이 20~30m, 넓이 30㎡ 정도 되는 커다란 기암절벽은 주변의 낙락장송과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든다. 실제 수려한 풍경에 예로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구문소

구문소 탄생을 둘러싸고 많은 전설이 전해지니 무한한 상상력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아주 오래전 황지천에는 백룡이, 철암천에는 청룡이 살았다. 두 마리 용은 낙동강 지배권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혈투를 벌였고, 어느 날 백룡이 청룡을 기습하면서 기암괴석을 뚫었다고 한다. 중국 하나라 우왕이 단군에게 치수를 배울 때 칼로 절벽을 뚫어서 생겼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싸리나무 얘기도 있다. 야생화 트래킹으로 유명한 두문동재는 싸리나무가 많아 싸리재로도 불린다. 어느 날 폭우가 며칠 동안 계속돼 산이 무너져 내렸고 뿌리째 뽑혀나간 싸리나무가 황지천을 떠내려가면서 구문소 절벽을 뚫었다고 한다.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강물이 석회암 암벽을 깎아내리면서 만든 자연현상. 하지만 볼수록 기이한 모습은 다양한 전설에 한표를 던지게 만든다.

 

구문소

이런 전설 때문에 구문소는 옛날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며 마당소, 자개문, 용소, 삼형제폭포, 여울목, 통소, 닭볏바위, 용천과 함께 구문팔경을 이룬다. 구문소 옆에 거주하던 엄종한이란 사람이 구문소에 빠져 용궁에 다녀오는 ‘엄종한의 백구(白拘) 백병석(白餠石) 전설’, 신라 선덕여왕의 아들 효도왕자의 사랑이야기인 ‘효도왕자와 월선의 전설’도 구문소와 얽혀 있다.

 

구문소는 이상향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구문소의 석문 안쪽에 ‘五福洞天子開門(오복동천자개문)이라고 적힌 한자 때문이다. 하루 중 자시(오후 11시~오전 1시)에만 문을 열어주며 이때 문을 통과하는 이는 재난, 흉, 화, 병이 없는 낙원 오복동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병마와 싸우던 옛날 사람들은 지금보다도 더 간절하게 이상향을 찾았으리라.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이 세상을 짓누르는 코로나19. 구문소를 바라보며 우리에게 이상향은 아니더라도 코로나19가 없던 시절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구문소

고생대 캄브리아기인 5억년 전 태백은 얕은 바다였는데 구문소에 남은 물결흔, 소금흔, 습곡 등의 지질구조를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삼엽충, 두족류 등 다양한 화석도 발견된다. 1.1㎞ 구간이 자연학습장으로 개방돼 지질 전문지식이 없어도 1시간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고생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구문소 인근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을 찾으면 고생대의 보고인 태백의 선캄브리아기, 고생대, 신생대의 환경을 생생하게 알게 된다.

 

두문동재 표지석
두문동재 트레킹

#이름 모를 야생화에 묻어오는 가을편지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시작되는 곳은 검룡소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 한강을 거슬러와 머물다 용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검룡소를 찾아가는 길은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고 지는 트레킹 코스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분주령(1080m), 금대봉(1418m), 대덕산(1307m)을 거쳐 검룡소로 이어지는 능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생화 군락지. 태백12경 중 하나가 꽃이 바다를 이루는 ‘금대화해(金臺花海)’인데 바로 천상의 화원 금대봉을 말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들꽃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특히 대덕산 정상은 여름 야생화 군락의 제왕이다.

 

두문동재 트레킹
금대봉∼검룡소 트레킹 작은 폭포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는 코스(4시간30분)와 반대로 검룡소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두문동재로 나오는 코스를 많이 걷는다. 검룡소에서 수아밭령∼금대봉∼분주령∼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다시 내려오는 원점회귀코스(6시간)도 있다. 여름에는 검룡소에서 출발해 대덕산에 올랐다가 분주령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는 짧은 코스(3시간)도 좋다. 또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둘레길을 끼고 돌아 분주령을 거쳐 바로 검룡소로 가는 코스가 걷기 편해 가장 인기가 높다.

 

두문동재 트레킹 야생화
두문동재 트레킹 야생화

정겨운 야생화를 따라 걷는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이 조금씩 묻어온다. 하늘거리는 야생화와 비강을 뚫고 들어오는 꽃내음은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의 영혼을 씻는 구원자 같다.

 

검룡소
검룡소

천천히 걷다 보면 암반이 온통 이끼로 덮여 1억5000만년 전 태고의 신비 가득한 검룡소가 등장한다. 암반에 깊이 약 1m~1.5m, 폭 약 1~2m의 물줄기를 구불구불 만들어 놓았는데 마치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사계절 섭씨 9도를 유지해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신기한 물은 석회암반을 뚫고 하루에 2000∼3000t이나 솟구쳐 오른다. 검룡소에서 발원된 물은 514km의 대장정을 떠난다. 정선 조양강과 영월 동강을 거치고 단양, 충주, 여주를 거쳐 남한강이 되고 양평 두물머리에 이르면 금강산에서 시작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365세이프타운 완강기 탈출 체험
재난 체험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자

 

태백에는 요즘처럼 ‘안전’이 강조되는 시기에 알맞은 세계 최초 안전체험 테마파크인 ‘365세이프타운’이 유익한 여행을 제공한다. 각종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몸이 배우고 기억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시설이 종합안전체험관이다. 지진, 산불, 풍수해, 설해, 대테러 상황을 4D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소방안전체험관에서는 완강기탈출, 농연탈출, 소화기안전 등을 배운다.

 

산불 체험
365세이프타운 챌린지월드

챌리지월드에도 도전해 보자. 높은 탑 꼭대기에 ‘두려움은 가라’라고 커다랗게 적혀 있다. 하지만 머리 위 외줄에만 의지해 사다리처럼 발판만 덩그러니 놓인 허공을 걸으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트리트랙, 집라인, 번지점프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나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경우 대처법과 위급한 순간 가족과 아이를 살리는 비상구급법, 심폐소생술을 배워보는 스마트 CPR 체험, 전기정전과 화재 연기로 꽉 찬 암흑 같은 실내에서 탈출하는 농연대피 등 유익한 체험으로 가득하다. 

 

태백=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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