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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LG·SK ‘배터리 전쟁’ 이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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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0 22:44:14 수정 : 2020-09-10 22: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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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 판교 반도체산업협회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K반도체’ 투톱인 삼성·SK 등 관련 기업, 기관 관계자 20여명이 자리했다. ‘차세대지능형 반도체 1등 국가 도약을 위한 드림팀 출범’을 위해서다.

 

“가슴이 미어지고, 부럽습니다.” 2차전지(배터리) 업계 관계자가 소식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영업기밀 침해’ 혐의로 소송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다시 쌈박질을 시작했다. 지난주 양사가 ‘파생상품’(특허침해)으로 격돌하더니 이번주엔 서로를 저격하는 지라시들이 등장했다. 다음 달 5일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판결을 지켜보는 외엔 어떤 것도 기대하기 힘든 지경이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이제 ITC의 결정이 궁금해질 뿐이다. SK는 사생결단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후폭풍은 전대미문급으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 중동의 도전에 직면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의 미래는 잿빛이다. 화학업을 기반으로 마련한 돌파구가 2차전지인데 미국 진출이 막히고 손해배상까지 떠안는다면 세계적인 메이커의 꿈은 요원해진다. ‘벼랑 끝 전술’로 미 정부의 거부권을 믿고 내달리는 걸까. ‘독자기술’이라고 반박하면서 합의금은 왜 제시할까.

 

LG는 외통수에 몰렸다. 일부 승소나 추가 심리 등 애매한 결론이 나오면 패소에 준하는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로펌, 로비스트 등에 3억달러를 쏟아부어 ‘다툼의 여지를 확인’한 꼴이어서다. 국내외 여론과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신뢰 악화에다가 비용도 천정부지 불어날 것이다. 배상 요구액도 석연치 않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LG는 제소 직후 무려 ‘두 자릿수’, 즉 10조원가량을 요구했다. 이는 어느새 최소 3조원까지 뚝 떨어졌다. LG는 미 관련 법, 지난 2월 미 모토롤라 사례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하지만 기준과 셈법이 고무줄이란 비판이 나온다.

 

외부 시선은 냉담하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한 임원은 “점유율에 안주한 건가. 저 시간에 경쟁사들은 달리고 있지 않으냐”며 “테슬라 같은 기업이 배터리까지 들고 설치면 암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중국 업체 CATL, BYD의 밀월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협력 중인 정황이 역력하다. 기존 완성차·배터리사가 구축한 질서를 새 기술, 새 표준으로 뒤엎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반도체의 민관 드림팀도 이처럼 미래 신기술 영역의 경쟁이 국가대항전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구성된 것이다. 정부는 ‘개별 기업 간 일’로 선을 긋는다. 성윤모 산업부장관은 지난해 10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려를 한 차례 표했을 뿐이다.

 

다음 달 승패가 갈린 이후는 결단의 시기여야 한다. 이제 국민은 최태원, 구광모 두 회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SK는 이 사회에 빚을 졌는가, 지우고 있는가. LG는 기술 유출만큼 인재 유출에도 아프고 고민하는가. 양사의 일부 강경론자로 알려진 이들의 책임론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에 빚을 지고 있으며 이익은 사회의 것이다”던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 “모든 분야에서 경쟁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던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 같은 분들의 가르침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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