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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發) 식량위기 ‘경고등’… 한국, 식량안보 예산 4배 늘었다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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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0 19:53:54 수정 : 2020-09-10 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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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식량주권 지키기 전방위 대책 마련
제2주식인 밀 자급률 0.7% 불과
내년 179억 투입 자급 기반 타진
세계 곡물 가격 아직 안정세 보여
자연재해 땐 곡물 수급 차질 우려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식량안보 강화’ 예산이 올해 대비 무려 4배가 넘는 426.5% 증가했다. 올해 34억원 수준의 예산이 내년에는 179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16조원을 넘기는 내년도 농식품부 총지출 규모에 비하면 액수는 크지 않지만 증가 정도는 압도적이다. 식량안보 강화 예산은 구체적으로 ‘우리 밀 경쟁력 강화’ 예산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9.2㎏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밀 소비량은 31.6㎏으로 30㎏ 초반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흐름이다. 쌀 자급률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92.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제2의 주식인 밀 자급률은 0.7%로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상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자급 기반 확보 필요성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셈이다.

정부가 밀 자급 기반 확보를 위해 올해 대비 4배가 넘는 예산을 확대 편성한 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식량위기’, ‘식량안보’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성큼 다가온 식량위기

1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에 우리 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밀 종자 수매·공급사업에 8억원을 투입하고, 국산 밀 생산단지에 용도별로 건조·구분 저장할 수 있는 사일로(원통형 창고) 설비 지원을 통한 식량작물공동경영체 육성 등에 23억원이 편성된다. 산지유통종합자금(맥류계약재배지원)에 38억원, 밀 수매 비축지원에도 110억원을 배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높은 밀에 대해서도 국산 자급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예산 증액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량위기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3월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취동위 사무총장이 “다양한 이동 제한 조치가 국내외에서 식량의 생산, 가공, 유통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하면서 공식화했다. 곧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식량 가용성, 이동성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수출 제한으로 글로벌 식량난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러시아는 3월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했고,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에 쿼터를 적용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쌀과 수산물 등에 대한 수출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등 식량위기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코로나19 영향 식량가격 변화 없어

코로나 확산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코로나 확산 초기 우려했던 식량위기 상황은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농무부(USDA)의 ‘2020∼2021년도 세계 곡물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0∼2021년도 세계 곡물 재고량은 8억5030만t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해 재고율도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31.4%로 전망됐다. FAO 권장 적정 재고율이 17~18%임을 고려하면 곡물 재고량이 충분한 수준이다.

USDA에 따르면 2020∼2021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억3080만t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하고, 전체 곡물 공급량도 전년 대비 2.3% 증가한 35억5440만t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27억410만t, 곡물 교역량도 전년 대비 3.4% 증가한 4억5330만t으로 전망됐다.

세계식량가격지수 추이도 안정적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8월 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96.1로 지난달보다 2.0% 오르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수준을 회복했다. 식량가격지수는 코로나19 초기인 2월 99.4에서 점차 하락해 지난 5월 91.0까지 떨어졌다가 6월 93.1, 7월 94.3, 8월 96.1을 기록했다.

식량가격지수 기준연도가 2014∼2016년을 평균으로 ‘100’으로 하는 만큼 2014년에서 2016년과 비교하면 식량가격이 낮은 수준이어서 식량위기를 걱정할 수준은 아닌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량 가격이 올해 들어 안정적인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3개월간 식량 가격이 오른 것도 코로나19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식량안보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식량위기가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식량위기에 대비한 식량안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5월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4월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011명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중요해졌다’는 응답이 67.6%로, ‘변화 없다’는 응답 28.7%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식량안보 중요성에 대해서도 ‘중요해졌다’는 응답이 74.9%로 조사돼 ‘변화 없다’는 응답 23.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주변국의 식량안보 대비도 계속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식량안보 위기의식이 여전하고 올해 코로나19 영향까지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음식 낭비를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코로나19와 홍수 피해 등의 여파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영상회의로 개최된 제35차 FA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에서도 회원국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농식품 분야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방안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식량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농식품부는 전했다.

농식품부 김정주 식량정책과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닥치면서 전 세계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많은 곡물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 식량안보 부분을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농업개발로 수입 곡물 비중 줄여야”

 

“모든 곡물을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현실 가능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생산을 통해 수입 곡물을 대체하는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국승용(사진)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본부장은 10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대표되는 곡물 공급 차질 가능성 등에 대비해 식량 자급률 제고, 수입선 다변화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 본부장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식량위기 위험요인이 빈곤국가의 식량위기, 빈곤층의 식량위기,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의 식량위기, 물류상 문제에 의한 식량위기로 4가지인데, 그중에서도 빈곤국가와 빈곤층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낮은 수입국인 만큼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높고 국제적으로 식량 공급도 원활해 식량위기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국 본부장은 곡물 교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상업적 거래인만큼 교역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으면 식량위기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전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 곡물 공급에 예기치 못한 차질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식량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 본부장은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인 호주가 지난해 엄청난 가뭄과 산불을 겪었다.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국제적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 본부장은 “적극적인 대비책으로는 우리 기업이 해외 평야지대에 진출하는 해외농업개발 사업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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