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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말 벼 생산량 25% ‘뚝’… 열 받는 지구, 식량 위기 부른다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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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30 10:00:00 수정 : 2020-08-30 10: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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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가 가져올 밥상의 변화
고추 89% 줄어 김장 어려워질 수도
한반도서 사과 재배 더 이상 불가능
가뭄·폭우 등 빈번… 자연 생태계 파괴
한국 식량안보지수, OECD 중 하위권
“별도 정책보다 관리 전략 통합 나서야”

‘애플망고, 파파야, 구아바, 백향과, 용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수입해야 먹을 수 있었던 열대 과일들이 국내 농민들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전남 남해안 지역은 아열대 과수 재배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지중해 연안이 주산지인 아열대 과수인 올리브도 2012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현재는 전남 지역에서도 흔하게 재배되고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 13일 바나나가 처음으로 수확됐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국내 아열대 작목 22종 재배현황을 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전체 아열대 작목 재배 농가는 1376호로 재배 면적은 311.4㏊에 달한다. 특히 망고, 파파야, 용과 올리브의 재배 면적은 2018년 각각 42.3㏊, 3.5㏊, 0.2㏊에서 올해 62㏊, 15.1㏊, 2.5㏊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아열대 작물이 국내 농가의 ‘특산품’이 된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 없다. 한반도 재배품종의 변화는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을 만큼 한반도 기온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이 영향으로 기존 작물인 사과, 배, 복숭아, 포도의 재배지는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 의식주 가운데 하나인 ‘먹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남 광양의 한 농가에서 수확을 기다리는 애플망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열대 과일의 국내 재배면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광양=연합뉴스

◆따뜻한 한반도로 인해 변화된 농수산물 생산지도

26일 환경부가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 부분을 보면, 기후변화가 농업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동반되는 기후변화가 식량과 원예작물의 재배 적기·적지·생산성·품질 등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향후 폭우, 폭염 등 극한 기상현상에 의한 재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벼)과 콩, 옥수수, 감자 등 식량작물의 경우 21세기 중반까지 수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다가, 21세기 말에 이르면 생육시기에 고온 취약성(스트레스)으로 인한 급격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3일 전남 해남군 북평면의 농가에서 농민이 첫 수확을 앞둔 바나나 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해남=연합뉴스

온실가스 저감 노력 없이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RCP 8.5 시나리오) 미래 벼 생산량은 25%, 옥수수는 10~20%, 감자는 10~30%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수의 경우 사과, 배, 포도 등의 재배적지가 줄어들고 복숭아, 단감, 온주밀감 등의 재배적지는 북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에는 사과를 더 이상 한반도에서 재배할 수 없고 온주밀감은 제주도에서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고추나 배추 역시 고온에 취약해 세기말에는 고추가 89% 감소하는 등 김치를 담그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마늘의 경우 한지형 마늘 대신 난지형 마늘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파는 고온조건에서 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한반도에서 잡히는 수산물도 달라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온 상승으로 양식 생물이 대량폐사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김, 미역과 같은 해조류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온 상승에 따라 명태와 꽁치 등은 사라지고 전갱이와 정어리, 삼치, 방어 등의 어획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전 세계 식량위기 초래할 수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단순히 ‘밥상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향후 식량안보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가 토지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의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져 2050년에는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집중호우, 폭염 등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것이 결국 전 세계 식량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자연의 경고는 시작됐다. 중국은 최근 두 달 넘게 이어진 남부지역의 폭우 및 홍수 피해로 양쯔강 유역 일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이 지역은 중국 쌀의 약 70%가 생산되는 대표적 곡창지대로 홍수로 인해 올해 생산량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중국의 옥수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고, 상반기 콩 가격도 지난해 말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가격은 오르자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9 글로벌 식량안보지수’(GFSI)에서 한국은 총점 73.6점(100점 만점)으로 조사 대상 113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하위권에 속하는 성적이다. 또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인 ‘천연자원 및 회복력’ 부문에서도 한국은 113개국 중 61위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농업부문 기후변화 정책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점점 일상화되어가는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정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정책 프로그램과 관리 전략에 기후변화 요소를 반영하고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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