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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 여름 가을…’ 후 자취 감춰
영화화 할 만한 불교문학 안 나타나

기독교영화와 달리 불교영화는 이제 완전히 사라져 명맥이 끊긴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간간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곤 있으나 영화라는 장르의 서사적 가치와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불교영화의 실종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11일 불교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교영화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71년 전인 1949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함세덕의 희곡 ‘동승’(1939)을 각색한 ‘마음의 고향’(감독 윤용규)이 효시로 평가된다. 이 영화가 그렇듯 초창기 불교영화는 활자를 스크린으로 옮겨놓는 데 주력했다. 불교영화의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신상옥의 ‘꿈’(1955)과 ‘무영탑’(1957)은 각각 이광수, 현진건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1980년대 들어 개봉한 ‘만다라’(1981), ‘아제아제바라아제’(1989)는 우리 불교영화의 ‘정수’로 꼽힌다. 이 영화들을 연출한 임권택은 불교란 소재를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얻으며 영화계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세암’(1990),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1991), ‘화엄경’(1993) 등 1990년대까지 명맥을 잇던 불교영화는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후 스크린에 그려지는 불교와 스님의 모습은 종교적 의미보다는 우스개성 캐릭터와 영화적 클리셰로만 소비됐을 뿐이다. 2001년 개봉한 영화 ‘달마야 놀자’가 대표적이다.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이 그나마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마지막 불교영화로 꼽힌다. 영화계에선 앞선 불교영화들처럼 영화화를 시도할 만한 걸출한 불교문학이 사라진 점, 불교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정서가 과거와 많이 달라진 점, 불교 철학의 난해함 등을 이유로 보고 있다. 모두 당장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불교영화는 한동안 나타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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