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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韓·中관계 진전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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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09 22:24:36 수정 : 2020-08-09 22: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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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 비자 재개 첫 파트너 우대
美와 충돌 中의 ‘친구찾기’ 속셈
외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어
상황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최근 한·중 관계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이후 상승세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국인 교수는 “사드 당시에 비해 엄청나게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또 “양국 정부는 물론 양국 국민 사이에서도 선의의 감정이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한국인 사이에서 우호적인 감정이 증가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중국의 감정이 많이 풀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이는 중국 정부 정책에서도 확연하다. 지난 5일 한국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자발급 업무가 재개됐다. 3월 28일 국경을 봉쇄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온 중국 정부가 입국을 완화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에 잠시 왔다가 중국으로 복귀하지 못한 교민과 유학생, 취업자 등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최근 중국 셰프들을 초청해 한국 요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호우시절’과 ‘엽기적인 그녀2’ 등 한·중 합작 영화도 재방영했다. 지난달 25일 개막한 제23회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 5편이 초청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는 됐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3년 전인 2017년 사드 배치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당시 택시를 탄 한 지인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택시에서 내려야 하는 모욕을 당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교민과 한국인들에게 술집과 음식점에서의 모임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옆자리 중국인과의 다툼을 우려해서다.

이렇듯 확연히 달라진 양국 관계를 보면 ‘국제사회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양국 관계 진전은 국제 정세에 힘입은 바 크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친구 찾기’가 절실하다. 국경 분쟁으로 인도가 등을 돌렸고, 홍콩 사태 등으로 서방 국가와도 갈등을 겪고 있다. 항상 중국 편이었던 아프리카도 코로나19 사태 당시 차별 논란 등으로 반중 감정이 적지 않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홍콩과 신장 등 인권문제에서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국가는 독재와 전체주의 국가들뿐이다. 사실상 전 세계가 등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제적 역학관계에 의한 변화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드 보복 이후 시혜를 베푸는 듯 보이는 이런 관계는 중국이 틀어지면 또 다른 갈등이 찾아온다. 보복 가능성을 항상 마음에 두고 기분을 살피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사드로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중국은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이후 미군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지역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이미 미 중거리 미사일 배치국가에 대해서는 보복을 공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 하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확대에 대한 향후 한국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 사이 지뢰밭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또 다른 한 중국인 교수는 최근 한·중 관계 진전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중 관계 악화가 상당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가 좋아지면 한·중 관계는 다시 나빠지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해도 중국의 태도가 너무나 속이 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은 좋든 싫든 함께 가야 하는 이웃이다. 그러니 한·중 관계의 부침에 유별나게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가벼워 보일수록 얕보이게 마련이다. 비자 업무 재개의 첫 파트너가 된 것은 우리 정부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지만, 중국 정부의 셈법도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의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을 설정하고, 단기적인 전술과 수단을 확고히 해 흔들리지 않은 대중 외교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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