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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질병… 나이의 시계 되돌릴 수 있다”

입력 : 2020-08-01 02:00:00 수정 : 2020-07-31 1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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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병들고 고통… 인생은 다 그런거?
“잘못된 생각” 거부… 노화 패러다임 뒤집어
심장병·치매·암은 질병 아닌 노화의 증상… ‘후성 유전적 잡음’ 원인 잡으면 회춘 가능
저자 “백신 맞듯 노화 막는 접종 시대 올 것”… 운동·소식 등 장수 위한 생활습관도 제시
세계 최고 노화 연구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는 “많은 이들이 늙어감을 부정하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 인간 본성과 도리에 어긋나는 짓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이 틀렸다.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이 병은 치료 가능하다. 지연하고 중단하고 역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100세까지는 사셔야죠!” 흔히 우리가 아는 주변 어르신에게 이런 장수 덕담을 건네면 십중팔구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한다. 과거보다 크게 발전한 의료기술, 높아진 생활수준에도 불구하고 이런 답변이 나온다. 그간 주변에서 노년이 아름답지 못한 이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산소호흡기와 온갖 약물, 엉덩뼈 골절과 기저귀,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 수술, 의료비 등으로 고통을 겪다 삶을 마감한다. 생의 마지막 모습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것이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정상”이고 “인생은 원래 다 그런 거”라고 여긴다.

‘노화의 종말’ 저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사진) 박사는 그런 관점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더 젊게 더 오래 살 수 있고,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을 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노화와 질병을 보는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의과대학 블라바트닉연구소의 유전학 교수이자 하버드 폴 F 글렌노화생물학연구센터 공동 소장,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노화연구실 책임자로 노화와 유전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노화의 종말’은 그의 25년 장수 연구를 총결산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역작이다.

책에 따르면 바로 노화 자체가 질병이다. 심장병, 치매, 암 같은 것은 질병이 아니라 더 큰 무엇, 즉 노화의 증상일 따름이다. 서양 의학계는 지난 세기 동안 노화보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있다고 믿으며 그 원인 파악에 매달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증상, 외상 원인 목록인 ‘국제질병분류’는 1893년 처음 발간 때 항목이 161가지였지만 지금은 1만4000가지가 넘는다. 이처럼 노화를 질병과 분리하는 관점은 진실을 못 보게 한다.

책에서 알려진 노화의 징표들로 DNA 손상, 텔로미어 마모, 후성유전체 변화, 단백질 향상성 상실, 영양소 감지능력 혼란,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노화세포 축적, 줄기세포 소진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들에 모두 대처해도 최대 수명은 결코 늘리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데이비드 A 싱클레어

DNA는 끊임없이 손상된다. 우리 46개의 염색체 각각은 DNA를 복제할 때마다 하루에 2조번 넘게 끊긴다. 거기다 자연 방사선, 화학물질, 병원의 엑스선과 CT에도 끊긴다. 문제는 후성 유전인자가 이 손상을 복구한 뒤 원래 유전체로 돌아가지 않는 데 있다. 그러면서 엉뚱한 때와 장소에서 엉뚱한 유전자가 켜지며 그 결과 세포는 정체성을 읽고 기능 이상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혼란을 저자는 ‘후성 유전적 잡음’이라 부른다. 그는 피아니스트(후성유천제)가 그랜드 피아노(유전체)의 건반(유전자)을 실수로 계속 잘못 눌러 연주회를 망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후성유전적 잡음이 우리가 늙고 병드는 이유이자 갖가지 노화의 징표가 나타나는 원인이다.

저자는 혁명적 첨단기술의 마법 같은 세계도 알려준다. 좀비 같은 노화세포만 찾아 죽이는 노화세포제거제, 우리 유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정크 DNA와 그 잔재 화석을 제거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우리 세포와 몸을 완전히 재설정해 말 그대로 회춘시키는 노화 예방 백신과 세포 재프로그래밍, DNA 서열 분석과 생체표지추적으로 대표되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3D 프린팅 맞춤 신체기관 생산 등의 발전 과정, 과학적 메커니즘, 실제 적용 사례, 미래의 가능성을 생생히 설명한다.

SF 소설처럼 들리지만 그가 상상하는 미래에 관한 설명이다. 30세가 되면 사람들은 일주일 단위로 유전공학적으로 특수 처리한 바이러스 주사를 세 차례 맞는다. 이 바이러스는 소수의 유전자들(세포 재포로그래밍 인자들)과 그 유전자를 켤 수 있는 안전한 스위치(약물이나 분자)로 구성된다. 40대 중반에 노화가 나타나면 한 달간의 약물을 투여해 재프로그램 유전자를 켠다. 그러면 몸이 회춘 과정을 겪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 소설의 벤저민 버튼처럼 점점 젊어져 20대로 다시 돌아간다. 이 시점에서 약물 투여를 중단하고 재프로그래밍 인자들을 끈다.

생물학적·신체적·정신적으로 20년은 더 젊어지지만 지식과 지혜 기억은 그대로다. 그 상태로 통증, 암, 심장병 걱정 없이 수십 년을 보내다가 노화증상을 보이면 또다시 회춘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기겠지만 싱클레어 박사 연구팀은 생쥐실험에서 재생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시신경을 재프로그래밍으로 복원해 냈고, 암 치료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요법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아기가 각종 백신 접종을 받듯 노화를 막는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데이비드 A. 싱클레어·매슈 D. 러플랜트 / 이한음 / 부키 / 2만2000원

저자는 생활습관 측면에서는 ‘적게 먹기’ ‘육식 줄이기’ ‘운동하기’ ‘편안한 온도에서 벗어나기’ 같은 라이프스타일 개선법을 제시한다. 그중 저아미노산 식단, 간헐적 단식,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저온 노출 등을 특별히 지목하면서 왜 이 방법들이 건강과 장수에 가장 효과적인지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밝혀 준다.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노화 연구의 최전선에 선 학자가 지난 100년 동안의 노화 연구의 역사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수명이란 관점에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찰한다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노화를 늦추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고 추천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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