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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 vs “국면전환용”… 불붙은 ‘행정수도 이전론’ 쟁점은? [이슈 속으로]

입력 : 2020-08-02 10:00:00 수정 : 2020-08-02 13: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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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최우선 검토 특별법 제정해도 헌재 판결 결과 예단 못해
“2004년 위헌 판결 영향줄 인식변화 없다”
“헌재 재판관 다수 진보성향… 합헌 기대”
개헌·국민투표 野 반대로 가능성 낮아
여권이 최근 ‘행정수도 이전론’에 다시 불을 붙이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위헌 결정 후 16년 만이다. 여당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워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제1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호도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일축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다양한 논의가 분출되고 있다. 정쟁 수준을 넘어 크게 쟁점은 두 가지다. 과거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할지와 실제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과밀 해소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다.
31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여권이 최우선으로 검토 중인 행정수도특별법은 제정되더라도 헌재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시대 변화에도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예단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과 국민투표 방안은 야당 반대와 정책 우선순위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대안으로 꼽히는 절충안이 대통령-총리 통치 분리와 국회 분원 설치다. 수도권 과밀 해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족기능을 충분히 갖추지 않는 한 정주(定住)하지 않고 ‘두집 살림’을 하거나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별법 제정해도 위헌소송 휘말려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수도와 관련한 특별법 제정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개헌이나 국민투표까지 가지 않아도 여야가 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더라도 특정 단체가 기존 판결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헌법소송을 내면 헌재가 위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헌재의 판결 전망은 엇갈린다. 헌재 판결에 영향을 줄 만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찾기 어려워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소송이 제기되면 헌재는 2004년 관습헌법의 판례 변경을 위한 사유를 살피게 된다”면서 “‘수도는 서울’이란 사회적 인식이 얼마만큼 달라졌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인식 변화를 확인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권이 특별법 제정으로 판례 변경을 압박하는 것도 헌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견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 국토연구원·서울연구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진보성향의 헌재 재판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합헌 결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전망도 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현 정권 출범 뒤 임명됐고 6명이 범여권 몫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는 “수도는 헌법 사안이 아니다. 법률로 개정이 가능하다”면서 “헌재가 과거에 오류가 있었다면 솔직하게 반성하면서 법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도 헌법재판소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설령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이 헌재에 가더라도 진보성향 재판관이 많아 합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국민투표 추진 어려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수도=세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국민의 인식이 그동안 상당히 달라져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을 깰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헌법 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도 이전은 통일·국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 안위에 해당된다는 게 두 사람의 논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결단하려면 압도적 우위를 장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부동산 폭등, 일자리 문제, 경제 침체 등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결과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국민투표 과정에서 국론 분열이 심화할 공산이 커 국민투표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코로나 정국에 1000억원이나 투입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만큼 행정수도 이전이 절박한 사안인가”라며 “국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는 것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1일 오전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이춘희 세종시장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및 국회 이전 유보지, 생활권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원포인트 개헌’ 실현 가능성 작아

행정수도 위헌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방안은 개헌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헌재의 (위헌) 결정이 여전히 실효성을 갖고 있어 헌재가 다시 결정하기 전에는 국회와 청와대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문제가 해결된다”고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제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통합당이 반대하면 어렵다. 의석 분포를 보면 범여권은 190석(민주당 177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2석), 범야권은 110석(통합당 103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4석)이다. 여당이 범야권을 분열시켜 10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선 전략용으로 의심하는 야권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이준한 교수는 “정의당도 비판적인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야당이 이탈표를 철저히 단속할 경우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야권은 권력분점 등 다른 이슈의 개헌안 포함을 요구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외치 분리, 국회분원 설치가 대안

대통령이 서울에서 외치를, 국무총리가 세종에서 내치를 담당하는 방안이 행정수도 이전 대안으로 제시된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위원장을 지낸 권용우 성신여대 명예교수(지리학)는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외국 대사관이나 외국 상사들이 청와대가 옮긴다고 세종시로 따라가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외교와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총리가 장관 임명동의권을 적극 활용해 세종시에서 내치를 맡고, 대통령은 외교·안보 등 외치를 관장하면 외교공관이나 외국 상사가 철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국회의 이전은 개헌 사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아 국회 분원 설치가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국회 상임위는 세종시에 설치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공무원이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 세종시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2016년 ‘국회는 세종시에 그 분원을 둔다’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분원 방안이 세금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연구원 간담회에서 우원식 단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수도권 과밀화 해소 효과, 제한적

여권은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2017년 국회의 ‘국회 분원 설치의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7만명 넘는 인구가 지방으로 이주하고, 30년 동안 지방에 5조원의 생산효과가 이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수도권 인구는 연 최대 3만3000명 줄었고 세종시 인구는 연 최대 5만3000명 늘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세종시가 수도권과 많이 멀지 않아 과밀화 해소에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서울에 집을 두고 기차를 이용해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도시학)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KTX 운행으로 국토 공간이 상당히 좁혀진 상태인 만큼 공무원들이 출퇴근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세종시로 (근무처를) 옮기더라도 서울에 올라와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세종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5년간 세종시로 전입한 27만7594명 중 60%가량은 충청권에서 온 인구였다.

유 교수는 공무원 도시가 아닌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사는 세종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부처와 함께 공공기관과 기업을 이전해 자족도시를 구축해야 인구 분산 효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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