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국민에게 무료로 배포한 ‘아베노마스크’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처음 품질 문제와 작은 크기로 불편함을 지적한 비판이 많았다면 지금은 마스크 품귀현상이 해소돼 ‘불필요한 과잉 공급’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보육원, 노인시설 등의 지원이라 마스크 구매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일부 있다.
27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유치원, 보육원, 장애인시설, 개호(介護·노약자 돌봄)시설 등에 마스크 8000만장을 추가 배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3~6월 이들 시설에 마스크 6000만장을 배포한 바 있다.
당시 배포한 마스크 중 일부에서 곰팡이나 벌레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품질 논란이 벌어졌는데 불량품 회수로 인해 마스크 배포가 지연된 바 있다.
이후 재배포 시점에선 마스크 품귀 현상이 부분 해소돼 정책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홋카이도의 경우 지난 5월 15일쯤 마스크가 도착했다. 그마저도 전체 가구가 아닌 약 80% 수준에 머물렀다.
후생노동성이 민간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배포 및 발주가 끝난 마스크는 총 2억 8700만장에 달한다. 전국 가구에 1억 3000장, 유치원과 개호시설 등에 1억 5700만장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6월 22일 전국 가구 대상 천 마스크 배포가 끝났지만 이후 이토추상사 등 9개 민간기업에 마스크 5800만장을 추가로 발주했다.
반면 시중에서는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돼 ‘마스크 버블붕괴’(마스크가 넘쳐나 가격이 하락한다는 뜻)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에 마스크 추가 배포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여름철 시중에 판매되는 마스크와 비교해 통기성이나 착용감 등이 나빠 사용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품의 크기가 원래 작은데 빨면 크기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어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는 불만도 있다.
홋카이도의 경우 늦은 배포와 불편함 등으로 사용을 피하는 사례가 늘자 회수용 상자를 준비해 모인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보내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한 보육원 원장은 “(아베노마스크 배포가 지연돼) 잊고 있었을 무렵에 갑자기(도착했다)라는 느낌이었다”며 “필요할지 몰라 보관하고 있지만 일반 마스크를 사용해 쓸 일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가 필요하다면 (여름철) 숨쉬기 쉬운 형태의 마스크를 선택할 것”이라며 곤혹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한편 이달 말부터 9월까지 배포될 마스크는 앞서 품질과 크기, 불편함 등이 지적된 마스크와 동일한 제품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문제점을 해결한 마스크 보급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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