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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곳곳 초록… 반려식물과 교감하며 ‘힐링’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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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8 19:00:00 수정 : 2023-12-10 15: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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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과 ‘木’이 만나 ‘休∼’… 집콕시대 '플랜테리어' 즐기는 2030
식물 활용 집 꾸미기 SNS서 인기몰이… 단순 관상용 아닌 동반자적 존재 여겨
“말 걸면 대답은 없어도 소통 기분 들어”… 식물 제품 거래 6개월새 200%나 증가

주말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혜선(32·가명)씨는 집에선 도통 써본 일이 없는 목장갑과 모종삽을 꺼내 들었다. 작업대로 쓸 둥근 테이블 위에는 화분이 잎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히 자란 스킨답서스가 놓였다. 빈 도자기 화분과 새 흙 한 봉지도 준비됐다. 손에 든 스마트폰에서는 ‘식물 분갈이 누구나 할 수 있어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흘러나왔다. 여러 차례 본 영상이지만 더 집중해 순서를 기억했다. 정씨는 이날, 생애 첫 ‘셀프 가드닝’에 도전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식물에 관심이 없던 정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플랜테리어’ 유행을 접하며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한 집 꾸미기를 뜻한다. SNS를 즐기고 유튜브에서 브이로그 채널을 운영하며 집을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들어 줄 ‘있어빌리티(‘있어 보인다’+Ability·능력,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것을 중시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를 추구하던 정씨에게 식물은 마음에 꼭 드는 인테리어 요소였다.

유튜브 영상으로 미리 익힌 덕인지 셀프 분갈이는 한 시간 만에 잘 마무리됐다. 정씨는 “식물을 가만히 두고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가꾸는 활동을 해보니 취미로도 좋은 것 같다”며 “뿌리를 직접 보고 손질해주며 내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체라는 걸 실감하니 더불어 사는 ‘반려식물’이란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 사이에서 반려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식물 가꾸기 취미와는 조금 다르다. 식물을 가꾸면서 감상하는 단계를 넘어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교감하며 살아가는 동반자적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 힘들고 외로운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외 활동이 어려워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은 늘면서 반려식물 인기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식물과 공간의 조화가 돋보이는 ‘플랜테리어’로 꾸며진 박진연씨의 신혼집. 박진연씨 제공

집을 식물로 꾸미는 것뿐 아니라 식물 키우기와 관련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크고 작은 갖가지 나무를 활용해 ‘플랜테리어’를 구현한 집 사진을 SNS 계정 등에 올리곤 하는 박진연(29)씨는 단지 집에 식물을 두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식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며 원예 강좌도 직접 운영한다. 원예치료사 공부도 시작했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식물을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보지 않고 ‘반려’라고 여기고 대한다. 하나씩 이름을 붙여주고 수시로 인사하거나 말을 걸기도 한다. “용식이 밥 먹었니?” 하는 식으로 말을 걸면 대답은 없어도 생명체와 소통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점을 묻자 박씨는 “식물을 키우다 보면 마치 아기를 키우는 것 같은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도시 속에서 살다 보면 정서적으로 쉽게 지치곤 하는데 그런 부분을 식물이 다스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정혜선씨가 첫 ‘셀프 분갈이’에 도전하고 있다. 분갈이 방법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홀로 배웠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30대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새 널리 퍼진 홈 인테리어 앱에서는 식물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테리어 앱 ‘오늘의 집’에서는 2019년 마지막 주와 올해 6월 마지막 주를 비교했을 때 식물 인테리어 제품 거래액이 6개월 새 200% 증가했다. 가장 인기있는 제품인 ‘행잉 플랜트(공중에 매달려 자라는 식물)’의 경우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키우기 쉽다는 장점에 힘입어 리뷰 수가 약 5000개에 달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집에만 있는 사람)’이 늘며 온라인 구매가 활발해졌다. 플랜테리어 업체 ‘피움 플랜트’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는 “코로나19가 심해진 2월부터 평균 주문량이 2.5배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문의량 자체가 4~5배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구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에 대구, 부산 등 경상도 지역에서 온라인 주문이 엄청나게 늘었었다”고 덧붙였다.

박진연씨의 남편이 거실에서 화분 흙에 숨구멍을 내주고 있다.

아예 식물 관련 직업을 가지려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원예활동으로 신체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돕는 직업인 원예치료사의 연령대도 조금씩 젊어지고 있다.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에서 제공한 최근 5년간 원예치료사 연령 비율 추이를 보면 60대 이상 연령대의 비율은 2015년 18.6%, 2016년 15.2%, 2017년 13.1%, 2018년 11.1%, 2019년 9.6%로 계속해서 떨어졌다. 반면 20~30대 비율은 2015년에는 14.4%로 60대 이상보다 낮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2016년 15.6%, 2017년 17.4%, 2018년 20.5%, 2019년 19.6%로 늘어났다.

유나연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사무국장은 “기존에는 원예치료사라는 직업을 첫 직업 은퇴 혹은 중단 후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자격증 취득 수업 수강생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30대의 참여가 늘고 있어 평균 연령이 꽤 내려갔다”며 “원예 치료 프로그램 수행이나 기획 면에서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것이 젊은 원예치료사 분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려식물 관련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도 있다. 젊은 세대에 특화된 식물 가게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김지예(29)씨는 ‘식물이 일상 깊숙이 자리한 문화’를 국내에도 들여오고 싶다고 설명했다.

갖가지 나무를 활용해 ‘플랜테리어’로 꾸민 집에서 박진연씨가 식물을 돌보고 있다.

해외 유학과 장기 여행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얻은 김씨는 “영국에서는 식물 가게가 어디에나 있고 가게마다 특색도 있어 젊은 사람들도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곳에서 식물을 구입해 집에 두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도시와 자연의 접점이 반려식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오프라인 식물 구매처인 ‘화원’이나 ‘농원’은 어르신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젊은 세대가 친숙하게 느끼긴 어렵다. 좀 더 젊고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이 일상처럼 식물을 접하러 오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 창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반려식물 문화가 계속 활성화돼서 서로 반려동물에 대해 얘기하고 정보를 나누듯 식물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글·사진=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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