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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원순 고소인 측 “낮잠 깨우기 강요…샤워 때 속옷도 가져다줘”

입력 : 2020-07-16 18:05:54 수정 : 2020-07-16 20: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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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들 업무는 ‘시장 기분 좋게 하는 일’… “인사담당자에 ‘성적 스캔들’ 언급했지만, 상황 파악 안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성추행 혐의로 그를 고소한 전직 비서 A(여)씨 측은 시장실과 비서실이 일상적인 성희롱 및 성차별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고 16일 폭로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 보도자료를 통해 A씨가 당해온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A씨는 박 전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근처에 가져다주거나 샤워를 마친 후 그대로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집어 봉투에 담아 박 전 시장의 집에 보내는 업무를 해야 했다.

 

또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이 든 박 전 시장을 깨우는 일도 A씨에게 주어졌다. A씨 측은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나 여성 비서가 깨워야 (박 전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며 해당 일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이밖에 박 전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이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 봐’ 등 성희롱적 발언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박 전 시장의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재는 일도 A씨에게 부여됐는데,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으로부터 ‘자기(A씨)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 기록에 안 좋아’라는 말을 듣는 등 성희롱도 감내해야 했다고 한다.

 

A씨 측은 “인사 이동 요청이 번번이 좌절된 끝에 지난 2019년 7월 근무지 이동 후 이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다”며 “당시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 했지만,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측은 “‘그 분’(박 전 시장)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 ‘그분들’(시장실 및 비서실 관계자)의 이익이었다”고 성희롱이 만연했던 근무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A씨 측에 따르면 서울시 비서들의 업무는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시장의 ‘기분 좋음’은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 역할 수행으로 달성됐고, 이는 사실상 역차별이며 성폭력 발생과 성 역할 수행에 대한 조장 방조, 묵인, 요구로 이어졌다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A씨 측이 밝힌 박 전 시장의 ‘기분 좋음’을 위해 강요받은 업무는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 △결재받을 때 시장의 기분 상황을 확인.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 하게...”라며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 결재받은 후 “기분 좋게 결재받았다”고 인사 △시장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원하는 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암묵적, 명시적 요구 등이다. 

 

A씨 측은 승진 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박 전 시장의 부서 운영 원칙에도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 없다”는 이유로 전보 요청을 거부당했다고도 털어놨다.

 

A씨 측은 서울시가 전날(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한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서울시가 2차 피해 방지를 막는다며 피해자 지원단체에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며 “피해자 지원단체는 그간 (A씨를)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대책에 강력한 의문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해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에 존재했던 성차별과 성폭력을 책임 있게 조사, 예방하려면 사임하거나 면직된 전 별정직, 임기제 역시 그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으로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며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A씨 측은 서울경찰청이 서울시청 6층을 압수수색해 증거 보전 및 수사 자료 확보를 하는 등 경찰 수사가 신속히 이뤄져야 함을 촉구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서울시는 전날 입장 발표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운영으로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며 “조사단의 구성과 운영방식, 일정 등에 대해서는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은 법적으로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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