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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새로운 음악 시도… 영화를 듣게 하다

입력 : 2020-07-10 06:00:00 수정 : 2020-07-09 20: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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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으로 떠난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세계 /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속 하모니카 선율 황량함 물씬 / 미션의 ‘가브리엘 오보에’ 언제 들어도 뭉클한 감동 / 폴란스키… 올리버 스톤… 할리우드 거장 감독과 조우 / 영화음악 독창적 장르로 승화
고 엔니오 모리코네가 2006년 12월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미소 짓는 모습. 밀라노=로이터연합뉴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는 지난 6일(현지시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영원할 것이다.

사실 영화음악 거장이란 말로는 모리코네의 업적을 평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1961년 데뷔해 반세기 가까이 500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을 만드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며 동시대 영화음악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음악 수집가인 문상윤 영화음악 칼럼니스트는 “모리코네는 영화음악의 신이자 영화음악 그 자체”라며 “워낙 다작을 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경향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문 칼럼니스트의 도움으로 모리코네의 영화음악 세계를 시대별로 짚어 본다.

◆1960년대… 세르조 레오네와 손잡다=모리코네는 1961년 영화 ‘파시스트’의 사운드트랙을 맡으면서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1960년대엔 이탈리아 서부극 창시자인 세르조 레오네(1929∼1989) 감독과 주로 작업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일명 무법자 3부작, ‘황야의 무법자’(1964)와 ‘석양의 건맨’(1965), ‘석양의 무법자’(1966), 또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까지 네 편을 함께하며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떨쳤다.

그는 특히 무법자 3부작에서 다양한 소리를 과감하게 사용해 영화음악의 지평을 넓혔다. 휘파람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채찍과 피리 소리, 종소리, 코러스 등을 곁들였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하모니카 선율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문 칼럼니스트는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의 스승인 고프레도 페트라시가 전위음악 작곡가였다”며 “모리코네도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아방가르드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고 모리코네의 복합적인 음악적 성향을 설명했다.

서부극만 한 건 아니다. 프랑스의 식민 통치에 맞선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을 다룬 ‘알제리 전투’(1966)를 맡아 정치 영화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한 고 엔니오 모리코네. 젊은 시절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제공, EPA연합뉴스

◆1970년대…이탈리아 서부극 넘어 새로운 도전=모리코네는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겪는다.

“다리오 아르젠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 이탈리아 거장들과 좀 많이 작업하면서 정치 영화나 지알로(살인 미스터리) 장르 영화에 도전합니다. 1970년대 말부턴 할리우드 작업도 하게 됩니다. ‘엑소시스트 2’와 ‘혈선’이 대표적이죠.”(문상윤 칼럼니스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1980년대… 명작 쏟아 내 세계적 영화음악가로=1980년대 들어 할리우드에서 명작들을 쏟아 내며 세계적인 영화음악가로 우뚝 선다. 문 칼럼니스트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미션’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며 할리우드의 시선이 바뀐다”며 “1980년대 후반 브라이언 드 팔마, 로만 폴란스키, 워런 비티, 올리버 스톤, 이런 감독들과 조우하게 되면서 거장의 품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시네마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의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플루트 선율은 향수를 자극한다. ‘미션’(1986)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영국 팝페라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의 ‘넬라 판타지아’ 원곡으로 유명하다. ‘언터처블’(1987)과 ‘시네마 천국’(1988)도 빼놓을 수 없다. ‘시네마 천국’ 주세페 토르나토레(64) 감독은 “모리코네는 단지 위대한 영화음악 작곡가가 아니라 위대한 작곡가”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1990년대… 살아 있는 전설이 되다=모리코네는 1990년대에도 이탈리아와 미국을 오가며 다작을 하면서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시티 오브 조이’(1992)와 ‘러브 어페어’(1994),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등 걸작을 남겼다.

‘헤이트풀8’

◆2000∼2010년대… 오스카 트로피 거머쥐다=세계적 성공을 거둔 그이지만 오스카, 미국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7년 공로상을 받았을 뿐 음악상은 5차례 고배를 마셨다. 2016년이 돼서야 ‘헤이트풀8’(2015)로 오스카 음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거장은 무대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당시 “음악에 영감을 주는 훌륭한 영화 없이는 훌륭한 음악은 없다”면서 쿠엔틴 타란티노(57)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만의 작곡 비법이 있는 걸까. 모리코네는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대화’(작은씨앗, 2014)란 책에서 “작곡 기술이 하나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음악을 만들면서도 영화의 성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그건 제게 많은 부분을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탈출구를 모색해야만 했어요. 음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전문적인 작곡가로서 만족할 수 있는 뭔가를 항상 찾았습니다. 물론 공부한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었죠. 저를 진정한 작곡가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던 거예요. 어떤 때에는 영화 자체가 너무 저질이어서 그런 걸 바랄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프레스코발디의 6음과 바흐의 4음을 두고 고민하는 걸 멈추지 않았어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감독들은 모리코네의 음악적 범위, 침묵의 독창성에 감탄했다”면서 “모리코네는 (영화 속) 너무 많은 음악으로 인한 감정 과잉을 경계했다”고 평가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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