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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지도로 보면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 일대에 지름 150m, 깊이 20m의 분화구가 있다. 이곳이 약 15만년 전 용암을 쏟아낸 오리산(해발 452m)이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21㎞ 떨어진 ‘680고지’는 또 다른 용암 진원지로 약 50만년 전 분화했다. 이 두 곳에서 수차례 분출된 용암은 추가령 구조곡을 따라 서남쪽으로 흘러내렸다. 용암이 흘러 멈춘 곳이 강원 철원과 경기 포천·연천의 한탄강 일대로 그 두께는 최대 70m에 달한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한탄강 일대에 주상절리, 수직절벽, 폭포 등 숱한 절경을 만들었다. 용암이 급속히 식으면 단면이 사각형이나 육각형으로 변한 긴 기둥 모양의 바위가 생겨나는데, 이를 주상절리라고 한다. 연천의 대표 명소인 재인폭포 협곡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탄강 일대의 비경들은 예로부터 선인들을 매료시켰나 보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을 오가는 길에 화적연, 삼부연, 정자연 등을 화폭에 담았다. 이색, 서거정, 김시습 등은 한탄강의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한탄강 유역 명소 중 최근에 가장 주목받은 곳은 포천의 비둘기낭폭포다. 약 15년 전만 해도 비둘기낭폭포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변변한 안내판 하나 없어 지리를 잘 아는 동네사람 아니면 찾아가기도 힘들었다. 행정 당국에서는 그 존재를 아예 몰랐다. 2006년쯤부터 신문 보도를 통해 그 비경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추노’ ‘최종병기 활’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소개됐다. 201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그제서야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시작됐다.

한탄강 일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철원의 용암대지, 직탕폭포, 고석정과 함께 경기도의 화적연, 비둘기낭폭포, 재인폭포 등 26곳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국내의 유네스코 인증 세계지질공원은 제주도(2010년)와 경북 청송(2017년), 광주 무등산(2018년) 등 3곳이다. 이번에 지정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총 1165.61㎢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400배 규모다. 가슴 답답한 뉴스만 밀려드는 요즘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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