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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고 50㎝ 좁혀진 거리’…서핑·물놀이 삼매경 “무감각해졌나?”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0-06-29 22:00:00 수정 : 2020-06-29 18: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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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여전…오전부터 피서객, 서퍼들로 백사장은 북적 / 물 밖 마스크 착용 방역당국의 권고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 해변 카페테라스·편의점 테이블엔 젖은 마스크로 눈살 / 2m 내 그늘막 텐트·돗자리가 ‘다닥다닥’ /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 / 피서객 ‘생활 속 거리두기’ 무색
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29일 강원도 양양군 한 해변을 찾은 피서객이 해변과 바닷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유리문에 ‘마스크 착용 입장’ 스티커 붙여도 소용없어요. 서퍼들이 젖은 채로 우르르 들어오는데, 막을 수 있나요? 나가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강원도 양양군 한 해변 인근 마트에서 만난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6월의 마지막 휴일을 맞은 양양 한 해변은 ‘서핑 메카’로 걸맞은 듯 물 반 서퍼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인 탓에 주말 당일치기로 양양 파도를 즐기려는 서퍼들이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주말이면 60여 개 서핑스쿨과 장비대여 업체들이 문을 열어 간단한 서핑 및 안전 지도까지 해 주면서 평균 1500여 명의 서퍼들이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부서지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한 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는 모습.

 

어촌 도시인 양양 인구가 2만 7787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50만 명에 달하는 서퍼들과 방문객이 몰렸다. 양양 인구의 18배다.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 탓에 강원도 양양은 지역 대표 관광 거점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퍼들이 몰리며 해변 상권도 속 활기를 띠면서 지역발전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동해안 주민들은 자칫 청정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될 경우 감당해야 할 피해가 크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변 인근 캠핑카 주차장에서 물놀이 기구와 버려진 종이상자를 정리 하던 주민 이(65)씨는 “근근이 장사해서 버티는데, 코로나로 걱정입니다”라며 “그래도 오는 손님이라도 많아야 할 텐데”라며 끝을 흐렸다. 그는 “코로나고 뭐고 간에 손에 돈을 쥘 수 있을 때 벌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원도 양양군 한 해수욕장 인근 편의점 테이블에서 피서객들이 모여 음료수를 마시거나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강원도 양양군 한 해변. 피서철을 맞아 동해안 일대 해변은 많은 피서객이 몰리면서 가득 메웠다. 코로나19 확산이 우려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감염 우려 속에서도 서핑을 즐기려는 서퍼들이 몰렸다.

 

이른 시간부터 백사장 ‘명당’ 자리마다 텐트가 설치되기 시작했고,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많은 서퍼들이 백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사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늘막 텐트와 파라솔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늘막 텐트에는 서핑복을 입은 서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는 모습을 쉽게 목격됐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였고, 백사장에서 쉬는 서퍼들은 착용한 모습을 찾아 아 볼 수 없었다.

 

강원도 양양군 한 해수욕장 인근 도로에는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을 통해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 두기만 준수하면 수영장과 해수욕장도 통상적으로 안전이지만, 물 밖에 나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날 해변에서는 ‘생활 속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하기와 2m 거리두기 준수 수칙이 무의해 보였고,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단체로 모임을 갖는 서퍼들도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 정도였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모래 위에서 뛰어다니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한 그늘막 텐트에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10여 명 모여 앉아 모래 놀이를 즐기거나 준비해온 음식물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5~6살 정도 보이는 어린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2m 거리두기도 지키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무색케 했다.

 

강원도 양양군 한 해변을 찾은 피서객이 돗자리나 그늘막 밑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백사장에서 만난 김모(34)씨는 “누가 마스크 쓰고 다녀요. 코로나 걱정할 거면 서핑 못 하죠. 또 다들 젊은 친구들이라 별로 걱정 안 하는 것 같다”라며 “물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갖고 다닐 수도 없다”라며 무안 주듯 웃으며 답했다.

 

해변 카페거리도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인근 카페테라스는 몸매 자랑하듯 윗옷을 벗은 서퍼들이 선그라스를 쓴 채 캠핑용 침대나 의자에 누워 대화를 나누거나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해변 식당 야외 테이블이나 편의점 테이블에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침을 뱉는 모습도 목격됐고, 물이 젖은 채 버려진 마스크도 널브려져 있었다.

 

해변가 쓰레기 수거함에는 각종 분리 되지 않은 각종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져있는 모습.

 

코로나 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생활 속 거리 두기’ 등 감염 예방을 위한 기본 수칙들이 연일 강조 되고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양양군은 보이는 곳마다 ‘마스크 착용하기’,‘2m 거리 두기’ 등 스티커 등 피서객들이 찾는 식당·카페·화장실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현실은 이와 다른 모습이었다.

 

해변 곳곳에는 양양군에서 설치한 코로나 19 캠페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생활 속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등 물 밖에 있을 때는 마스크를 꼭 쓰라는 권고에도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이나 서퍼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듯했다.

 

해변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는 모습.

 

지난 12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주말 동안 각종 모임 활동으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면 그만큼 감염의 연결고리가 많아지고 N차 감염이 증가하여 대유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주말 중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 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3밀’이라고 말씀드리는,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곳, 많은 사람이 밀집하게 모이는 것, 1m 이내의 밀접한 접촉을 하는 것”이라며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아마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테라스에는 마스크를 벗은 피서객들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

 

본격적인 여름 피서철을 동해안에 피서객이 몰리는 것이 예상되는 만큼 보다 강력한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양군 한 관계자는 “피서객들이나 서핑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좀 더 홍보 활동에 나서도록 하겠다”며 “서핑 샵에 대해서도 해경과 협력해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 행정 지도 등 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양양·강릉)=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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