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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미장센의 절정 '마농'… 25일 온라인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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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4 19:06:03 수정 : 2020-06-24 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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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7시 30분·28일 오후 3시 / 네이버TV·VLive 채널서 온라인 생중계
코로나 대유행 이후 세계 오페라계에서 최초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 전막오페라 ‘마농’을 연출하는 뱅상 부사르. 연합뉴스

뱅상 부사르(Vincent Boussard). 작은 대사와 운율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섬세한 감각으로 무대를 만들어가는 연출가다. 1999년 파리 프랑스 국립극장 스튜디오에서 연출가로 데뷔했다. 이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꾸준히 작품을 올리며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프만의 이야기’를 국내 오페라 팬에게 선보여 호평받은 부사르가 또 한차례 국립오페라단 무대에서 큰일을 해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세계 오페라 극장은 가동 중단 상태다. 그런데 서울에서 최초로 비록 무관중 온라인 중계 형식이지만 전막 공연으로 ‘마농’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푸른 눈의 연출가는 서울 한 호텔 객실에서 꼼짝없이 갇힌 채 2주를 보내야하는 인고의 시간도 감내했다. 2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부사르는 “두주씩이나 격리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방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고,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며 “코로나19가 발생해도 공연을 한다는 약속이 나에겐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국립오페라단과 꼭 작업하고 싶었다. 격리 생활이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열정을 쏟아부을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한 대재난의 시대에 예술, 공연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 걸까. 감염을 걱정하며 큼직한 투명 마스크를 쓴 채 무대를 연출하고 배우는 연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오페라가 열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사르는 “인간은 살기 위해선 함께 살아야 한다. 재난의 시기에 사회 구성원이 한데 모인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답했다.

 

“문화를 포기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사회가 공연예술을 필요로하는가’라고 질문하는데 재난의 시기에는 이런 질문이 더 필요합니다. 사회가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단지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난의 시기에 사회 구성원들이 한데 모인다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특히 격리와 거리두기가 필요한 보건재난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고독 속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기에 공동체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가진 활기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특히 자신 이외의 사회 다른 구성원을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를 구하는 것은 사회인데도 말이죠. 우리는 살아가려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건 환상이에요. 바이러스 혹은 다른 무언가로 사회가 커다란 위험에 빠져 있을 때 사회는 우리를 고독 속에 있게 하는데 사실 사회의 가치, 힘, 아름다움, 권력은 공동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질 때 발현됩니다. 공연예술 역시 그 한 가지입니다. 공동체 활동으로서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시간을 공유하고, 음악, 감정, 성찰을 나누게 해줍니다. 매우 중요하고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비말 차단용 전면 마스크를 쓰고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비말 차단용 전면 마스크를 쓰고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부사르가 선보이는 ‘마농’은 그의 대표작이다. 2016년 리투아니아 오페라발레 국립극장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이스라엘 국립오페라가 공동 제작한 연출로 호평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18년 한차례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일종의 앙코르 공연인 셈인데 그는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세계 오페라계에 띄우는 메시지”라며 “엄격한 조건 속에서 연습하고, 연출한다면 관객들에게 다시 예전처럼 제대로 된 전막 오페라를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농’의 매력에 대해 그는 “등장인물이 모략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이라며 특히 주인공이 프랑스 문화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비말 차단용 전면 마스크를 쓰고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비말 차단용 전면 마스크를 쓰고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농’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주인공 마농이라는 인물입니다. 마농은 이 작품의 미스터리에요. 그녀를 알게 되는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그녀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바로 마농의 미스터리죠. 그녀를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어떤 감정을 갖게 됩니다. 성적 욕망이나 소유욕, 사랑 등 원하는 무언가가 생기죠. 마농 자신은 처음에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작품 초반이 아주 예쁘게 시작되는데 그녀의 영향력이 점점 그녀를 짓누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사실 연출로서 나에겐 좀 문제가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마농이라는 인물을 좋아하지 않아요. 호감 가는 인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매혹적인 인물이라는 것이죠. 많이 비교되는 ‘라 트라비아타’와는 달라요. 유사점이 많고 평행적 요소가 많으나 ‘라 트라비아타’에는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있습니다. 영혼을 구원하려는 시도와 열망이 있죠. 반면 마농에는 빠른 삶의 속도와 쾌락에의 도취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점이 매혹적인 거죠. 마농이라는 인물이 호감 가진 않더라도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고 매혹적인 것입니다. 그게 바로 마농의 캐릭터라는 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마농은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프랑스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무려 3편의 오페라가 작곡되었고, 연극, 영화 작품으로도 탄생하였죠. 18세기 초 프랑스 문화를 열광케 했던 인물입니다. 18세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3세기에 걸쳐 마농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말 많은 해석이 있었습니다. 이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질문입니다. 자유, 욕망, 쾌락, 편안한 삶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 그리고 거기 존재하는 위험에 대한 질문이었을 테죠. ‘사랑과 욕망에 이끌렸다. 항상 자유를 갈구했다. 하지만 자유가 있었어도 제대로 된 자유는 아니었다’. 굉장히 프랑스적인 내용이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마농’은 같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수년째 우리나라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인 부사르는 국내 오페라팬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를 기다리는 한국팬이 많다”는 얘기에 그는 “아, 나를 좋아해 주는 줄 몰랐다. 나를 신뢰해 주고, 세 번이나 초청해 준 국립오페라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동료들과 함께 또 초청되어 작업하러 올 수 있기를 희망하다. 한국 관객 여러분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한국 관객 여러분이 좋아해 주신다 하니 매우 기쁘다. 다음에도 좋아하실 수 있도록 잘 해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무관중 온라인 중계되는 국립오페라단 ‘마농’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무관중 온라인 중계되는 국립오페라단 ‘마농’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무대 디자이너 뱅상 르메르, 의상 디자이너 클라라 펠루포 발렌티니가 합류해 프랑스식 미장센의 절정을 보여줄 이번 무대는 25일 오후 7시 30분과 28일 오후 3시 네이버TV와 VLive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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