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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년 30만 시대’ 곳곳 학습권 침해… “교육혁신 기회 삼아야” [연중기획 - 인구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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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7 21:00:00 수정 : 2020-08-05 15: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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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하는 학령인구 감소 / 5월까지 전국 2864개교 문 닫아 / 농산어촌 학생 먼거리 등교 불가피 / 통합학교 복식수업 탓 학습권 해쳐 / 신도시 등은 학생 넘쳐 과밀상태로
#1. 전교생이 7명뿐인 경북 안동시 한 초등학교 분교 5학년생 A군은 매일 세 차례 통학버스를 탄다. 왕복 1시간40분쯤 걸리는 등하교와 점심 급식 및 오후 복식수업(학년이 다른 학생들을 한 교사가 가르침)이 이뤄지는 본교에 가기 위해서다. 본교까진 10분 정도 걸린다. 1학년생들과 복식수업을 듣는 A군은 “어린 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니 집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2.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성모(48)씨는 서울 강북구에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로 이사한 2년 전 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서울에 있을 때는 한 반 학생이 20명 남짓이었는데 동탄에선 40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심 담임선생님이 갓 전학 온 딸에게 좀더 신경 써주길 바랐었는데 첫날 포기했다”며 “학생들이 워낙 많으니 선생님도 여유가 없어 보였다”고 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한 학년 30만명 시대를 맞아 교육현장 곳곳에서 ‘학습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이 점차 줄어 폐교를 걱정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밀려드는 학생들로 “인구절벽 시대 콩나물 교실이 웬말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지역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둘러 학교·교원 구조조정 및 범사회적 교육 비전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년 뒤 초등학교 신입생 30만명에 불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절벽은 현실화하고 있다. 26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수는 545만2805명이다. 20년 전인 1999년 812만4192명보다 32.8% 줄었다.

앞으로는 더 급감한다. 통계청은 2040년 초·중·고교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26.2% 줄어든 402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999년 396만명이었던 초등학생은 2040년 208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 전망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3054명. 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2026년에는 한 학년 학생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줄면 피해는 1차적으로 학생들이 떠안는다. 우선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은 학생 수 급감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 보다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1일까지 전남 716개교, 경북 537개교, 경남 420개교 등 2864개 학교가 폐교됐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가 하나도 없는 읍·면·동은 40.2%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행정구역이 넓은 도 중에서도 경남 40.9%, 경북 39.1%, 강원 38.9% 등 관내 초등학교가 한 곳도 없는 읍·면·동이 30%를 넘었다. 전남 순천에 사는 박모(43)씨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가 문을 닫아 아들이 지금은 통학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고 말했다.

통합학교(인근 초·중, 초·중·고교가 합친 학교)나 복식수업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친다. 전교생이 지난해 23명에서 올해 18명으로 줄었다는 인천 강화군의 한 초등학교 교무부장은 “1, 2학년과 4, 5학년 복식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학과 국어의 경우 학년별 수준 차이가 워낙 큰 데다 한 교시(40분)에 2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다보니 학생이나 교사 모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절벽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

학령인구 급감의 충격파는 도시 지역도 비껴가지 않는다. 대표적인 폐해가 과밀학급, 이른바 ‘콩나물 시루 교실’이다. 최근 택지개발과 신도시 조성이 활발한 경기 지역이 그렇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초등학교 22.2명, 중학교 25.1명, 고교 24.5명이다. 전국적으로 평균을 초과한 학교 수는 초교 37.4%, 중학교 39.0%, 고교 43.0%였는데, 경기도는 초교 63.6%, 중학교 77.3%, 고교 64.4%에 달한다.

교육부는 재학생이 중·고교의 경우 1260명, 초교는 1680명이 넘으면 ‘과대학교’로 보고 증축·신축을 유도하는 데 경기도엔 초등 과대학교가 11곳, 고교 과대학교는 8곳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광주와 화성 동탄, 김포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학교 신축 대응이 늦은 게 반영된 결과”라며 “서울 유입인구가 많고 정부의 세 자녀 우선정책, 신혼우대 청약제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절벽 시대에 특이한 점은 학교나 교원 수는 9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학생 수는 2011년에 비해 22% 준 반면 학교 수와 교원 수는 같은 기간 3%, 2.3% 늘었다. 다만 학급 수는 2.7% 감소했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막대한 시설유지비·인건비가 들어가는 학교, 교사 수는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와 교원 규모는 지역사회와 정치권, 교대·사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적정 규모’에 대한 입장이 다 달라 쉽게 결론 내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요즘이야말로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령인구 절벽은 학교 통폐합과 학급 축소, 교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인 동시에 학급당 학생 수를 개선하고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과 학생 맞춤형 교육활동이 가능한 기회”라며 “작은 학교를 적정 규모의 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영 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선 △학제 등 교육체제 유연화 △중장기 교원수급 전략 △학교 개방화 및 재구조화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제안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그동안의 양적인 교육 확대 과정을 질적인 교육 혁신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라며 “지역이나 단위 학교 특성에 부합하는 유연한 교육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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