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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북에도 송환 이슈화 안 돼… 국가가 적극 나서야” [6·25 70주년 '잊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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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2 06:00:00 수정 : 2020-08-05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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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 / “北, 정전협정 체결 위한 소수만 송환 / 美선 실종자 기억… 돌아오리라 믿어 / 정부, 인력·예산 투입해 지원 강화 필요”

사단법인 ‘물망초’에서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수한 예비역 육군 준장(현 울산대 사회과학대학 교수·사진)은 21일 “국군포로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북한에 지속적으로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방배동 사단법인 물망초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 실종자를 기억하면서 그들이 살아서든 시신으로든 꼭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 미군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6·25전쟁 당시 귀환하지 못한 국군포로가 적지 않다. 북한이 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2만~8만명의 국군포로가 정전협정 이후에도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후복구사업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소련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군과 일본군 포로를 즉각 돌려보내지 않고 강제노역에 동원한 사례가 있다. 전쟁 과정에서 많은 인적 손실을 경험한 북한은 전후복구에 국군포로를 투입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포로의 의사를 반영한 송환은 안 됐다는 얘긴가.

 

“정전협정은 자유송환 원칙을 적용해 복귀하고 싶은 사람은 막지 말고 돌려보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국군포로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은 포로들에게 휴전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고 남한으로 갈 것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남한에 돌아가고 싶은 의사를 드러내면 총살했다는 증언도 있다. 북한은 처음부터 국군포로들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고 정전협정 체결에 필요한 소수의 인원만 송환한 것으로 본다.”

 

―나라를 위해 싸웠는데, 국군포로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 아닌가.

 

“당연하다. 국군포로 증언에 의하면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에 온다는 소문이 북한에 있었다고 한다. 일부 포로들은 ‘북한 땅에 국군포로가 살아 있다는 것은 남한에도 알려져 있으니 포로 송환을 요구할 것이다. 김 대통령이 방북하면 돌아갈 수 있다’고 기대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한스러웠다고 한다. 대통령 3명이 북한에 갔는데 국군포로 문제가 한 번도 이슈화되지 않은 것은 서글픈 일이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앞으로 전쟁이 났을 때 누가 목숨 바쳐 싸우겠나. 워낙 고령이신 분들이라 한시가 급하다.”

 

―정부 협조가 없으면 국군포로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제가 볼 때는 그동안 정부가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살아 있는 증거가 있고,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그분들을 기리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현역 시절 미군과 함께 만찬행사를 할 때, 미군이 테이블 하나를 별도로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다. 단상 옆에 테이블을 마련해 깃발도 걸고 초를 켜고 레몬도 둔다. 와인잔도 엎어놓는다. 그 테이블은 돌아오지 않는 동료를 위한 자리다. 초는 그들이 돌아올 때 길을 밝혀 줄 등불이다. 레몬은 그들의 고통을 상징한다. 미군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 실종자를 기억하면서 그들이 살아서든 시신으로든 꼭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다. 미군들은 그걸 보면서 ‘나도 전장에서 포로가 되거나 실종돼도 국가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나를 잊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정부가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생존해 계신 국군포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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