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與, 단독 6개 상임위장 선출… 통합 "민주주의 파괴 의회독재" 강력 반발

입력 : 2020-06-16 06:00:00 수정 : 2020-06-15 22:26: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與, 6개 상임위원장 강행 처리 / 주 “민주주의 파괴 못 막아낸 책임질 것” /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의표명 / 여 “민생보다 소중한 것 없다” 본회의 개의 / 16일부터 상임위 가동… 3차 추경 심사 / 법사위에 법조계 출신 대거 배치시켜 / 공수처 출범·검찰개혁 입법 가속도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강행함에 따라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당의 원 구성 요청을 받아들여 미래통합당이 제출하지 않은 상임위 위원 명단을 강제 배정하는 강수를 뒀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 열린 의총에서 법사위원장 윤호중, 기재위원장 윤후덕, 외통위원장 송영길, 국방위원장 민홍철, 산자위원장 이학영, 복지위원장 한정애 의원을 각각 내정한 뒤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에 나섰다. 본회의에는 176석의 민주당뿐만 아니라 6석의 정의당, 3석의 열린민주당, 각 1석의 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범여권 의원 187명만 참석했다.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항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통합당에 6개 상임위에 대한 상임위원 배정을 요구했지만, 통합당이 제출을 거부하자 위원직을 강제 배정했다. 국회법 48조 1항 ‘상임위원 선임 요청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경우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조문에 의한 결정이었다.

 

본회의 개의 후 박 의장은 통합당의 보이콧 속에 일부 상임위원장을 먼저 선출하게 된 데 대해 “법으로 정한 개원일이 이미 일주일 지났다.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여야 간 협상에 나름 사정이 있겠지만 코로나19 위기와 남북관계 위기에서 정치권의 어떠한 사정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본회의 개의 이유를 밝혔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국회 본회의장 문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파괴하는 의회독재 민주당은 각성하라’, ‘말뿐인 협치 민주주의 말살하는 문재인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입법이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했고, 오는 7월 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 등 후속 입법 과제를 남겨놓은 상태다. 민주당이 표방한 ‘일하는 국회’를 위한 추진력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쟁점 법안의 경우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제1야당이 위원장을 맡아온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에 걸려 처리가 지연되거나 발목 잡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민주당은 법사위에 박범계 박주민 백혜련 송기헌 김남국 김용민 소병철 의원 등 법조계 출신 의원을 대거 배치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은 그동안 체계·자구심사권을 활용해서 법사위가 월권적인 행위를 해왔던 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해왔으며, 민주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빨리 제도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의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에 관한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예정이던 국회 원구성을 연기했다. 연합뉴스

통합당 원내지도부의 동시 사퇴 표명으로 남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비롯한 향후 국회 의사일정에 파행이 예상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지만, 다음 본회의가 있는 19일까지 남은 12개 상임위에 대한 협상 창구가 사라져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16일부터 상임위를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위원장이 선출된 상임위는 소관 부처 장·차관을 불러 업무보고를 받고, 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임위는 정책 간담회를 여는 방식으로 상임위를 가동키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사위를 못 지켜내고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겠다”면서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퇴의 뜻을 밝혔다.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책임이 아니라며 사퇴를 만류하고 재신임을 결의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사퇴 의지가 확고하다”며 사의를 철회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에는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확보를 놓고 원내지도부를 흔든 3선 이상의 일부 협상파들에 대한 경고 의미도 담겼다. 3선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에게 특정 상임위원장 확보를 당부해 협상의 집중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출안 가결 선포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이 가결됐음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선출된 상임위원장 6명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당내 ‘정책통’으로 통한다. 경기 구리에서 4선을 지낸 윤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현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비법조인 출신으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법사위원장이다. 윤 의원은 법사위 경험이 없다. 하지만 위원회 특성상 모든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다루고, 현안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자리여서 당에서 맡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4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폭행 주동자로 지목돼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1987년 사면 복권됐다. 1988년 평화민주당 간사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한광옥 전 의원 보좌관을 거쳐 국민의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기획재정위원장으로 뽑힌 윤후덕 의원은 경기 파주에서 3선을 지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두 번을 할 정도로 ‘예산통’이다. 간사 시절 추가경정예산안만 5번 처리한 경험이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기재위원을 경험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생입법추진단장을 경험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그는 2017년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선대위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친노·친문’으로 통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연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통일위원장에 오른 송영길 의원은 당내 ‘외교통’으로 꼽힌다. 인천시장을 지냈고, 인천 계양에서만 5선을 지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를 구사한다. 인천시장 시절 1904년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전함의 함기인 성 안드레이기를 임대 형태로 반환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송 의원은 러시아를 갈 때마다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인천 시장 시절 송도를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연세대 초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졸업 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된 민홍철 의원은 군 장성 출신으로 경남 김해갑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1984년 군법무관이 된 그는 제4대 고등군사법원장을 거쳐 육군 준장으로 예편했다. 노무현정부 군 사법제도 개혁 추진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방위 간사를 지냈다.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장에 오른 이학영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3선을 역임했다.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시민운동 경력을 살려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주로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던 그는 이번에도 정무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정무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돌아가자 산자위원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1984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보건복지위원장이 된 한정애 의원은 노동계 출신으로 19대 국회 비례대표로 입성한 뒤 서울 강서병에서 연거푸 당선되면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친화력을 앞세워 노사 문제 해결에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이던 2018년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귀전·이창훈·최형창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