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에선] 속내 복잡한 박물관 첨단기술

관련이슈 현장에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0-06-04 22:18:45 수정 : 2020-06-04 22:18: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물관을 지배하는 시간은 과거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늠조차 힘든 옛날부터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확인한다. 그러나 박물관의 시간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옛날이 품고 있는 지금의 의미를 밝히려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특히 요즘 두드러지는 것은 옛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첨단 기술과 결합하려는 경향이다.

박물관이 전시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관람객들의 체험을 돕기 위해 이런저런 기술을 활용한 것은 꽤 시간이 지난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느 박물관이나 마찬가지다. ‘책가도’, ‘문자도’를 전시 중인 호림박물관의 특별전은 전시품을 설명하는 패널조차 최소화할 정도로 담백하게 전시장을 구성했지만 책가도를 재해석한 대형 동영상으로 눈길을 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시장 풍경을 그린 풍속화에 모션그래픽을 적용한 전시물이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차장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개관한 실감영상관은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이곳을 가득 채운 실감콘텐츠는 중앙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5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핵심서비스이자 대규모 시장 창출이 기대되는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고해상도영상, 홀로그램, 미디어파사드 등을 적용했다. 중앙박물관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다른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비슷한 콘텐츠들을 늘려갈 계획이다.

시대에 맞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올리려는 시도는 반가운 일인 건 분명한데 이를 두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감영상관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이만한 질적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냐를 걱정하는 듯하다. 인력, 재원을 집중시킨 데다, 상대적으로 공간적 여유가 큰 중앙박물관에 버금가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각 박물관의 정체성에 맞는 콘텐츠가 무엇일지를 결정하는 일도 쉬운 과제는 아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이런 시도들이 문화재의 진정한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려다 보니 화려함이 강조되고, 입맛에 맞추기 위한 왜곡에 쉽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걱정이야 어떻든 기술을 문화재 소개나 체험에 활용하는 경향은 지금보다 활발해질 건 분명하다. 또 하나 명확한 것은 어떤 경우에든 핵심은 문화재이고, 기술은 해당 문화재를 보다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보조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술을 활용해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함과 재미에 경도되다 보면 주객이 뒤바뀌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런 흐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관람객이라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무겁고, 딱딱하고, 솔직히 지루할 수 있는 문화재 관람이 보다 흥미롭게 다가갈 수 없을까 하는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활용한 해당 문화재를 찾아 본래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직접 찾아본다면 보다 풍부한 문화재 관람이 될 수 있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