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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노, 예스만 예스” 비동의 강간죄 입법 추진

입력 : 2020-05-31 14:32:31 수정 : 2020-05-31 16: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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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으로 한정… 피해자 보호 취약”

정의당이 최근 개원한 21대 국회에서 ‘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비동의 강간죄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성관계만 처벌하도록 해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스1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의원단은 이날 국회에서 21대 국회 개원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양극화 심화 저지, 사회 공공성 강화, 차별 및 젠더 폭력 근절 등 3대 핵심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외면한 비동의 강간죄 법안의 경우 가장 먼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동의 강간죄란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다. 현행 형법에서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 보호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는 원칙이다. 영어로는 ‘예스 민즈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이라고도 한다.

 

남자들 사이에 “여자의 ‘노(No)’는 ‘노’가 아니고 ‘예스’”라는 그릇된 관념이 널리 퍼져 있고 이것이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은 만큼 상대방이 ‘예스’라고 동의한 성관계만 인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간, 즉 성폭행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비동의 강간죄 입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부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전 지사는 항소심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데 이어 대법원에서 유죄가 그대로 확정됐지만, 1심은 “안 전 지사가 여비서와 맺은 성관계가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8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를 규탄하기 위해 열린 시위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사법부의 성폭력 면죄부 발행을 막기 위해 폭행과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만 강간죄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에 동조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국회의원이 6명뿐으로 독자적 입법 추진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원내에 177석을 가진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의당은 여성계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매개로 민주당과 자연스럽게 접촉, 지난 20대 국회 내내 공고하게 유지된 민주당·정의당 입법 공조를 복원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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