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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알고도 근무자 투입… 쿠팡 집단감염 예견된 일이었다

입력 : 2020-05-29 06:00:00 수정 : 2020-05-29 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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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진원지 된 ‘쿠팡 부천 물류센터’/ 다닥다닥 붙어 식사… 마스크감독도 소홀 / 쿠팡측 ‘쉬쉬’… 발생 당일 오후조 출근 / 투잡족 많아 수도권 연쇄 감염 우려 / 쿠팡 고양 물류센터서도 확진자 나와

화창한 날씨를 보인 28일 낮 12시쯤,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의 쿠팡 신선물류센터(제2공장) 주변은 을씨년스러웠다. 코로나19 확산의 새 진원지가 되면서 외부인의 진입을 막는 직원 대여섯 명만 눈에 띄었다. 건물을 둘러싼 펜스 곳곳에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쉴 새 없이 신선식품 택배의 상·하차가 이뤄졌을 공간도 인적이 끊겼다. 차량도 안 보이고 많은 근로자가 드나들던 출입문도 굳게 닫혀 적막감이 감돌았다.

쿠팡 고양물류센터에서 사무직 직원 한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센터 전체가 폐쇄됐다. 쿠팡은 해당 직원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직원을 귀가시키고 자가 격리 조치했다. 28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쿠팡 고양물류센터의 모습. 뉴시스

쿠팡 부천 물류센터와 함께 총 45만7856㎡ 규모의 ‘오정물류단지’에 자리한 다른 사업장과 근로자들은 혹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쿠팡 건물 건너편 물류센터에 진입하는 차량의 운전자들은 창문을 내리고 발열 여부를 체크받았다. 해당 업체 직원은 “바로 옆 건물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잇따라 회사에서도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라고 당부한다”며 “쿠팡 사태 이후 구내식당에 모여 식사하는 것도 자제시키고 있다”고 엄중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업체 직원은 쿠팡 물류센터의 작업장 특성상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팡에 따르면 물류센터는 하루 24시간 운영되며 평균 1300여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직원들은 정규직보다 아르바이트처럼 단기직 근무자가 많다. 이들은 사업장이 위치한 부천시를 포함해 서울 등 수도권 각지에 주거지가 있는 데다 ‘투잡’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지역과 사업장에서 연쇄 감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8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제2공장)에 대한 2주간 집합금지 조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물류센터 내에서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A씨는 “출근할 때 관리감독자들이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여부를 확인한 게 전부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식당에서는 100여명의 근무자가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었고, 식사 순서를 기다리는 직원들의 줄이 이어졌다”며 “식탁 칸막이도 첫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야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직원은 “물류센터는 아르바이트생이 많았고 처음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아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쿠팡 측은 지난 24일 오전 10시쯤 확진자가 나왔다는 통보를 받고 오후 1시쯤 소독을 하기 위해 오전 근무자들을 돌려보낸 뒤 건물을 소독했다. 그러나 오후 근무자들에게는 이 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휴무 중인 직원들에게 오후 근무가 가능한지 묻는 문자까지 보냈다. 결국 오후 조 근무 직원 수백명은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출근해 새벽 늦게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25일에도 영업을 계속하다가 추가 확진자가 나오자 당일 오후 센터를 폐쇄했다.

28일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 지하의 냉장센터 앞. 연합뉴스

500여명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팡 고양 물류센터도 사무직 근로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시설이 폐쇄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류센터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 직원 간 거리두기 등의 예방수칙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쿠팡의 초기 대응은 아쉬운 점이 많다”며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사실상 영업금지나 시설폐쇄에 해당하는 조치다.

한편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전날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의 일용직 직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자 해당 센터의 재고 중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을 전량 폐기했다.

 

부천=강승훈 기자, 김기환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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