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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성인데… 기초체온 높아 공기업 면접 불합격?" [FACT IN 뉴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 FACT IN 뉴스

입력 : 2020-05-27 16:02:10 수정 : 2020-06-01 09: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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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지침 따랐다는 공단 측 주장 '절반의 사실' / 수험생들, "공기관이니 나라 지침 따라야" / "기초체온 높다고 불이익 감수하나" 의견 엇갈려 / 중대본 "시험 주최기관, 유증상자 시험실 마련해야" / 지침 강제력 없어… 최종 판단은 주최기관 몫 / 기재부 간부 "향후 중대본과 논의"

[검증대상]

 

“기초체온 높다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면접 탈락했습니다.”

 

지난 15일 한 공공기관 준비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이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1일 면접시험에서 A씨 체온을 측정한 뒤 37.5℃ 이상이 나오자 귀가 조치를 내렸다. 보건당국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다음날 병원에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작년 12월부터 서류전형이 시작됐고, 면접일정은 코로나19 때문에 3개월 정도 밀려 이미 많은 시간을 소요한 상황이다”라며 “공단 측에선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시험을 봐서 합격하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는 이어 “기초체온이 원래 높은 편이라 지금도 체온이 37.2~37.4℃로 측정된다”며 “면접 당시엔 양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쓴 상태라 체온이 더 높게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기업 준비생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공공기관이니 나라 지침을 따르는 게 당연하지 않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등 공단 측에 공감하는 댓글과 “기초체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말이냐”는 등 A씨에 공감하는 내용의 댓글이 동시에 달렸다.

 

27일 세계일보는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체온 37.5℃ 넘으면 무조건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공단 측 주장이 사실인지 살펴봤다.

 

[검증과정]

 

◆ 교통안전공단, 보건 당국과 다른 지침 내렸지만… “이행 의무는 없다”

 

교통안전공단 측이 언급한 ‘보건당국 지침’이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시험 방역관리 안내’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시험 주최기관은 시험 당일 유증상자(37.5℃ 이상의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등이 나타난 사람)를 위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해 따로 응시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시험 방역관리 안내'

다만, 중대본 지침관리팀은 통화에서 “중대본이 발표한 지침에는 강제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지침을 강제할 수 없어 시험 주최기관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따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중대본이 지침을 발표한 이후로 각 공공기관이 발표한 방역 지침은 조금씩 달랐다. 지난달 24일 교통안전공단은 “발열자는 면접장 입실이 불가능하다”는 별도의 공지를 올렸다. 오는 27일부터 6월 5일까지 면접시험을 치를 예정인 국민건강보험공단도 “37.5℃ 이상이나 심한 기침 등 이상 징후가 있는 응시자는 응시 불가하다”는 안내문을 발표했다. 건보공단의 경우 지난 16일 치러졌던 필기시험에선 발열자도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면접시험에선 방침을 바꿨다.

 

한편 지난 7일 면접시험을 치른 고양도시관리공사와 인천도시공사 등은 발열자가 입실할 수 있는 별도 면접장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방역지침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주최기관의 몫이다. 따라서 A씨에게 내려진 귀가 조치도 원칙적으론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 기초체온 높으면 취업 못하나…권리 구제받을 방법은

 

그럼에도 A씨에게 내려진 조치가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나 토익 등 시험도 발열자 응시 제한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채용전형과는 성격이 다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A씨와 같이 평균 기초체온이 높은 기업 지원자들은 면접장 문턱조차 넘을 수 없는 것일까.

 

공공기관 채용제도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인재경영과 권오영 사무관은 통화에서 “채용 시 방역지침은 보건당국 지침을 기준으로 각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있었다”며 “다만 A씨처럼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어 향후 중대본과 논의해 추가 지침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 사무관 설명에 따르면 현재 A씨는 교통안전공단 내부 인사위원회를 통해 다음 채용 시 서류와 면접전형을 면제받기로 결정된 상태다. 문제가 된 지난 11일에는 집단토론면접이 이뤄져 발열자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기재부와 공단 측 해명이다. 

 

[검증결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공식지침은 “유증상자(37.5℃ 이상 발열자 등)를 위한 별도 시험실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침을 그대로 현장에서 적용할지는 시험 주최기관의 선택에 달려있다. 즉 발열 증상으로 면접시험장에서 A씨에게 귀가 조치를 내린 한국교통안전공단도 원칙적으론 문제 삼기 어렵다. 공단 측 주장은 ‘절반의 사실’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면접 이후 A씨가 공시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되자 한국안전교통공단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다음 채용에서 A씨의 서류와 필기 전형을 면제해주기로 논의를 마친 상태다. 기초체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A씨 주장이 인정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신입 공채가 최근 다시 시작되고 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혜원 인턴기자 won015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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