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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만에 등교한 초등생들… '만반의 준비'에도 학부모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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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7 15:05:09 수정 : 2020-05-27 17: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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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걱정 많이 돼… 학교가 관리 잘해줄 것" / 발열 확인·투명 칸막이 등 학교 방역 최선 / 조희연 "우리도 싱가폴처럼 휴교할 수도"

“학교가 어느 정도 준비된 건지 몰라서 그런 부분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해요.”

 

27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변모(40)씨는 “학교에서 방역준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긴 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학부모는 이 학교 1학년인 자녀를 등교시키던 길이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 중3, 고2가 등교를 시작했다. 애초 등교 시작일 기준으로 87일 만에 교실에서 교사와 얼굴을 마주한 채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갔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봄 공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학년 중 가장 먼저 등교하게 된 대개 초등 1·2학년 학부모들은 아이 손을 잡고 직접 등교시키면서도 한편으로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들은 학교 정문 앞에서 자녀를 교직원에게 인계하고도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문 부근에서 차례로 발열 확인과 손 소독을 하는 아이들 양손에는 그간 원격수업에서 주어진 과제물과 집에서 따로 준비한 손소독제, 마스크 등 방역물품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학부모 “걱정 많이 되지만 학교 믿어”

 

세륜초에 1학년 자녀를 데려다 준 학부모 원모(47)씨는 “걱정이 많이 되긴 하지만 1학년이니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고 학교가 관리를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고 일전에 등교가 미뤄졌을 때는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이 학교 내에서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원씨는 “이전에 아이가 하루종일 마스크를 썼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원씨 손을 잡고 선 아이도 취재진이 ‘마스크 쓰는 거 괜찮냐’고 묻자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주은씨도 “걱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 등교하는 거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지 않으니까, 계속 등교를 미룰 수도 없는 문제니 애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성북구 월곡초 앞에서 만난 학부모 진민지(36)씨는 “아이가 설레서 오늘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보챘다”면서도 “어린이 괴질이랑 다른 지역 등교 연기 소식에 불안하고, 아이들이 어려서 답답하다고 마스크를 벗거나 친구들과 막 껴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40)씨도 “걱정이 되지만 등교를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이가 혹시 학교서 마스크를 잃어버릴까 보조 마스크를 하나 더 챙겨줬다”고 말했다.

 

◆발열확인·손소독 위해 100m 넘게 줄 선 아이들

 

이날 학교가 안내한 등교 시작시간인 오전 8시50분이 가까워지자 세륜초 앞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100m 이상 길게 일렬로 줄을 섰다. 학교 입구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진행되는 발열 확인, 손소독 과정을 진행하기 위한 줄이었다. 10분 이상 길게 늘어선 등교 대기줄은 수업 시작 시간인 오전 9시10분을 몇분 앞두고서야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2차 등교일인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도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1학년 신입생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등교 예정이던 세륜초 1·2학년 202명 중 6명이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해 등교하지 않았다. 세륜초는 1·2교시와 3·4교시를 묶는 형태로 80분씩 수업을 진행해 낮 12시에 급식을 시작할 예정이다. 쉬는 시간을 줄여 학생 통제를 용이하게 하고 최대한 빨리 하교시키기 위한 조치다. 학교 급식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낮 12시에 하교한다. 이 학교는 교실 내 학생 책상마다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아이들은 급식실로 이동하지 않고 교실 내에서 급식을 진행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같은날 1학년이 등교를 시작한 성북구 월곡초의 경우 전체 인원 59명 중 1명이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한 모습이었다. 이 학교는 1·2학년의 같은 층을 쓰기에 등교일을 분리했다고 했다. 

 

◆조희연 “우리도 싱가폴처럼 휴교할 수도”

 

이날 세륜초에서 현장점검을 진행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우리도 싱가폴처럼 학교를 휴교하는 길로 갈 수도 있고, 현재 등교를 시작한 유럽 많은 나라도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며 “우리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긴장감 속에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통한 ‘투 트랙 학업’으로 방역과 학업을 조화하는 길을 잘 지켜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이날 기준 4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9일 만에 최대 수치다.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의 교실 수업을 방문,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청 등교상황 점검 영상회의에서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교육가족 여러분과 학부모, 학생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원격수업만으로는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대면 수업을 통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부총리는 “현재 대한민국 코로나19 관리 체계에서도 등교 수업을 하지 못한다면 올 한해 등교 수업을 아예 하지 못하거나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방역당국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감염증 상황에 대해 우리 의료체계 내에서 감당하고 통제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가 학교 방역을 철저히 하며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르는 학교 등교수업 연기 조치와 관련, 유 부총리는 “지역 역학조사 결과와 방역 당국의 종합적인 의견을 듣고 불가피하게 등교 수업을 조정하는 학교의 숫자와 지역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며 “등교 수업 재개 일정도 처음부터 확정하기보다는 진단 검사 결과가 확정된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이종민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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