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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고립' 동참 압박… ‘샌드위치 신세’ 韓 선택 기로

입력 : 2020-05-23 06:00:00 수정 : 2020-05-22 21: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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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중국 경제블록 ‘EPN’ 추진 / 中 배제 산업·안보동맹 의지 강해 / 트럼프, 코로나 대응실패 위기모면 / 11월 대선 앞두고 對中 공세 강화 / 美 요구 수용 땐 中 경제보복할 듯 / 김현종 “갈등 격화돼 고민스러워” / 원칙 세우고 사안별 양국과 협력 / 실리 추구 외교력 대응 노력 필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이 연일 대중국 강경책을 내놓으며 중국을 고립시키고 동맹국을 끌어오려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다가 결국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임대사 수여식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발언록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전날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탈중국을 겨냥한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동맹의 참여를 촉구했다. 크라크 차관은 특히 EPN 구상에 대해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며 “EPN의 핵심 가치는 자유진영 내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공급망을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뢰받는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중국을 배제한 산업·안보동맹을 결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PN 구상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단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미국의 EPN 참여 제안 여부에 대해 “EPN 구상은 검토단계로 알고 있다”며 “이런 제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미국이 향후 EPN 참여 등으로 ‘동맹국 줄세우기’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 등을 위해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미국은 해외 공급망 국내 이전 등 탈중국을 본격 추진하고 홍콩·대만·남중국해 문제까지 거론하며 중국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EPA연합뉴스

미국의 탈중국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서며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 2016년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으로 보복에 나서며 양국의 갈등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았던 사태를 다시 맞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상황에 따라 우리의 입장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우리 정부는 미·중 갈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외교전략조정회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해 “관련 실국에서 해당 소관 업무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에서 강연하면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김 차장은 “지정학적 위치상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큰 변화에 대한 우려와 고민 사항들이 있다”면서 남북관계를 포함해 미·중·일 국제정세 전반의 현황을 설명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던 미·중 갈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격화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안보,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양국 의존도가 높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양국과 모든 방면에서 좋은 것만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칙을 세워 놓고 사안에 따라 양국과 적절히 협력하며 실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손짓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드 자동차 공장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면서 취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앤드루스공군기지=AP연합뉴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중 갈등이 명분싸움도 없이 누구 편인지 택할 것을 강요하는 패권경쟁 수준까지는 아직 넘어가지 않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안보보장, 자유무역 등의 명확한 원칙에 따라 상황별로 판단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과거 사드 사태의 경우 우리가 기회 놓친 부분이 많고 원칙이 없이 오락가락한 면이 있다”며 “미국의 EPN 구상도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리 원칙을 명확히 세워 놓고 미·중 양측에 밝히며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백소용·박현준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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