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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 제재… 운전면허 정지·강제 징수한다

입력 : 2020-05-21 20:15:47 수정 : 2020-05-22 14: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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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이행법’ 개정안 통과 / 국세 체납과 같은 수준 대응 가능 / 소송 필요해 실질 도움 한계 지적도

#. 11살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김소연(가명·32)씨는 출산 전부터 남편과 그의 부모로부터 낙태를 종용받았다.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남편의 부모는 목회자가 될 아들의 앞길에 흠이 된다며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 김씨는 이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아이를 낳았지만 이후 남편의 가정폭력이 시작됐고, 아이가 첫돌을 맞기 전 남편은 결국 집을 나갔다.

 

이후 김씨는 남편에게 아이의 양육비를 요구했지만 지난 10여년간 8차례에 걸쳐 100만원가량을 받은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2013년에 지급한 것이 마지막이다. 게다가 임신 중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딸은 신경정신과에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2년째 받고 있다. 김씨는 올해 1월부터 남편의 집앞에서 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김씨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김씨의 남편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행을 강화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됐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전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발의된 지 2년 만에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양육비 미지급 부모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아동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경우, 국세를 체납한 것과 같이 보고 해당 금액을 강제로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감치명령을 받은 부모가 끝까지 돈을 주지 않을 경우 경찰에 운전면허를 정지·취소 해달라는 처분도 요청할 수 있다. 운전면허 제재의 경우 양육비 지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미납자가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모든 주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게 운전면허증뿐 아니라 각종 사업·직업면허증을 제한하거나 정지,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도 양육비 지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운전면허 정지처분의 전제 조건인 감치 명령을 받으려면 2년여의 험난한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국가가 양육비 지급에 개입했다는데 의의가 있지만,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기에는 현재 단계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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