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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 20년간 독점 운영… 병원비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개인 돈으로"

입력 : 2020-05-20 06:00:00 수정 : 2020-05-20 07: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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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후원금도 할머니들에 안 썼다” / 직원 7명 내부 폭로 파문 / “치료비·물품구입 등 사비로 충당 / 부동산 60억·현금자산 70억 보유” / 사후에 ‘호텔식 요양원’ 건축 추진 / “국민 기부금 종교기관 사업비로” / 의혹 제기 직원들 운영진과 갈등 / 나눔의집 “할머니 복지사업에 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요양시설인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정의기억연대 사태에 이어 나눔의집에서도 부정 운영 논란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집 직원 7명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나눔의집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 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나눔의집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요양·보호시설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요양시설인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후원금 집행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9일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들은 “법인이 채용한 두 명의 운영진에 의해 20여년간 독점적으로 운영됐고 운영진은 할머니들의 병원 치료비, 물품 구입 등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또 지난해 말 기준 65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할머니들 사후에 노인요양사업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8년 2월 28일 법인 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이사진은 할머니들 사후에 후원금을 활용해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 이윤을 창출하자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같은 부실 운영은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알려졌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난 3월10일 ‘할머니 식대로 나온 보조금을 직원들 식대로 쓰고 후원금 대부분은 건물 증축에 사용하고 있다’며 민원을 올렸다. 이에 경찰과 경기도는 공익제보를 토대로 나눔의집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도는 지난 13일부터 특별지도점검을 벌이고 있고 경기 광주경찰서도 나눔의집 김모 사무국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요양보호사·역사관 학예사·조리사 등 나눔의집 직원 10여명은 시설 불공정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이달 초부터 생활관에서 지내며 20m 거리의 사무동 행정직 직원들과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이 최근 내부 실태를 고발한 이후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 등 운영진과 갈등이 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직원들과 운영진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나눔의집은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안 소장은 “후원금은 모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기념사업, 추모사업에만 쓰였고 법인을 위한 별도 사업에 사용된 후원금은 전혀 없다”며 “역사관, 생활관 증축 등은 국비로도 모자라는 부분을 후원금에서 보탰으며 이 또한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판단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할머니들의 의료비, 간병비 등은 모두 국비 지원이 된다”며 “지난해 6400만원의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한 교육·건강프로그램에 쓰였는데 6명의 할머니 가운데 4명이 거동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게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계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후원금이 조계종 법인으로 들어가는 것은 일방적 왜곡”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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