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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법 어기는 일 결코 하지 않겠다”… 사법리스크 정면돌파

입력 : 2020-05-06 18:54:39 수정 : 2020-05-07 09: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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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회장 직접 사과 배경 / “경영권 승계로 더이상 논란 없을 것 / 오로지 회사의 가치 높이는 일 집중 / 노조·시민사회 소통도 모두 내 책임” / 삼성 준법감시위 독립적 운영 약속 / 향후 하도급 등 민감 사안 관여할 듯

6일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직접 사과는 그간 삼성그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동시에 준법경영 의지를 공개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정농단 연루 재판 등 각종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권·노조 논란 모두 내 책임”

대국민 사과에서 사죄한 부분은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탄압 논란,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 크게 3가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부족함이 있었고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이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 부분 외에 노사 문제나 시민사회 소통 분야에 대해서도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전경. 남정탁 기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미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삼성과 관련한 모든 논란의 직·간접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경영권)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소통, 준법의지 천명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도 재차 강조됐다. 그는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감시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준법감시위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한 만큼 위원회의 향후 활동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출범 초기에는 준법감시위 자체가 강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의 면죄부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내부 거래나 노조 문제와 같이 조치가 끝난 과거 사안까지 다루면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 권고사항을 모두 수용하면서 앞으로 준법감시위의 활동에도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가 대외후원금,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전체가 자유롭지 못한 민감한 사안까지 다룰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삼성 총수 경영 3대에서 종료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향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스스로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생각이라면서 “저는 제 아이들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외부로부터 훌륭한 인재를 모셔오는 것이 저 자신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약속대로라면, 삼성그룹의 총수 일가 경영은 이병철 창업 회장,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 부회장의 3대째로 중단된다.

이 부회장은 과거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자신 이후로 총수 경영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당초 이 부회장의 측근 중 일부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자녀 승계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직접 측근들을 설득해 관련 내용을 사과문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언급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언급한 이슈들이 대부분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최대한 재판과 수사에 미칠 영향이 없도록 사과문을 작성한 것”이라며 “재판 결과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될 내용이 빠지면서 이 부회장의 진정성을 100% 전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 증거인멸은 항소심, 분식회계 부분은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박세준·권구성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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