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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도 우리 힘으로”…자국 산업 챙기는 일본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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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6 08:00:00 수정 : 2020-04-26 1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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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개발할 차기전투기 상상도. 높은 수준의 스텔스성능을 갖출 예정이다. 방위성 제공

2030년대 동아시아 제공권 장악을 위한 일본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앞세워 동중국해와 동해상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일본은 전투기 개발의 ‘끝판왕’격인 최신 스텔스 전투기 국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중 위협에 맞서면서 자국 기업에 ‘일감’을 제공하는, 군사력 증강과 기술 발전, 첨단 일자리 유지를 포함한 방위산업 진흥까지 고려한 ‘패키지 전략’이라는 평가다. 무기수출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일본의 특성상 방위산업 유지를 위해서는 내수 창출이 불가피하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세계 무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의 일부인 방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처럼 내수 진작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국 주도 개발’ 나선 일본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 F-2 전투기를 대체할 차기 전투기 개발을 위해 미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19일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2000년부터 도입한 F-2 전투기 90대를 운용중이다. 1990년대 일본 미츠비시 중공업과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한 F-2는 F-16 전투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공대함 능력을 갖춘 F-2는 세계 최초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등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그 결과 F-16보다 레이더반사면적(RCS)이 낮고 안정성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F-2는 2035년부터 퇴역이 시작된다. 일본 정부는 F-2를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려운 스텔스 전투기로 대체하고자 올해 차기 전투기 개발 예산으로 280억엔(3160억원)을 편성, 초기 설계에 착수했다.

 

2018년 일본 정부의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9~2023)에 따르면, 차기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경비 절감과 기술력 향상 차원에서 외국과의 공동 개발을 검토하되 ‘일본 주도 개발’ 원칙 아래 올해 말까지 공동 개발 파트너를 결정하게 된다. 

 

공동 개발 파트너로 거론된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F-22와 F-35를 만든 미국은 스텔스 전투기 개발 및 운용경험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나라다. 일본이 원하는 수준의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다. 

 

영국이 개발중인 템페스트 전투기 상상도. 6세대 전투기의 특성을 갖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영국은 2030년대를 목표로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개발을 추진중이다. BAE 시스템스와 MBDA, 롤스로이스 등 영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방산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템페스트는 무인기 혼합 운영, 인공지능(AI)에 의한 시스템 통제, 고도의 스텔스 기능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한때 영국과의 협력을 검토했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공대공미사일과 화생방 등의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타진해왔다. 일본이 F-35A 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로파이터의 일본 내 생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국은 템페스트 개발을 선언하면서 일본의 전자전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전투기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일본 주도의 차기 전투기를 만들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템페스트는 스웨덴, 이탈리아 등이 개발에 참가한다. 일본이 원하는 수준의 개발 참여가 쉽지 않다. 반면 미국과의 공동 개발은 항공자위대와 미 공군과의 연합작전에 필요한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개발 주도권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F-22의 외형에 F-35 전자장비를 탑재하는 형태로 공동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개발 리스크는 낮지만 주도권이 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해외 파트너 없이 독자 개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비용 및 기술적 문제로 해외 공동개발 방식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측이 기존 제안 대신 일본 주도의 공동 개발을 최대한 이해하는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만든 심신 기술실증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업체 참여 비중 높이는 정책 기조 필요

 

일본의 차기 전투기 개발 추진 과정은 코로나19로 위기 국면에 직면한 국내 방위산업에도 시사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산업은 수요와 공급 계획의 변동이 심해 생산물량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안보환경 변화와 예산 문제 등으로 미래 사업전망이 불투명해 연구 및 생산기반 유지가 쉽지 않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산물량이 보장되어야 하나 국내 수요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방산수출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부족한 국내 수요를 해외 판매로 보충해 방위산업 기반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방산수출 진흥 정책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방역과 예방, 경기부양과 고용안정 등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방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간산업 중 하나인 방위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전에서 검증된 무기가 많은 미국, 러시아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날 때까지 방산수출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 조기경보통제기가 장비 점검을 위해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글로벌아이는 공군 차기 조기경보통제기 사업 후보로 거론된다. 사브 제공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을 통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무기로 우리나라를 지키자’는 1970년대 율곡사업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연구개발 방식에 의해서만 무기를 도입할 경우 최대 10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군과 방산업계에 미치는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소요기간이 짧은 해외 무기도입 사업 방식을 혼합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외국에서 고가의 첨단 무기를 구매할 때, 시스템 통합을 국내 업체가 담당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유럽 방산업체들은 인건비 등의 문제로 체계통합에 의한 완제품보다는 구성품이나 소프트웨어, 운용경험 등을 판매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무기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성품 등은 외국업체에서 들여오고, 조립은 국내에서 한다면 생산인력 유지에 필요한 일감을 확보하고 체계통합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현재 검토중인 사업들 중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의 경우 마린온 상륙기동헬기를 개조해서 국내 개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성능과 예산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해병대가 쓰는 AH-1Z 공격헬기의 국내 생산을 유도한다면 고성능 공격헬기 확보와 국내 방산업체 지원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 AH-1Z는 미국 외에 체코 등에 일부 판매됐으나, 추가적인 수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원형인 AH-1이 1966년에 개발된 만큼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통제가 심하게 개입될 가능성도 AH-64E보다는 낮다는 관측이다.

 

미 공군 E-8C 지상감시정찰기가 임무수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2020년대 중후반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조기경보통제기와 지상감시정찰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업체 중 체계통합을 담당하는 회사를 지정, 항공기 생산업체로부터 비행기를 구매한 뒤 체계통합 업체에 이를 넘긴다. 레이더와 전자장비 및 소프트웨어 등을 만드는 외국업체에서 관련 장비와 결합 노하우를 수입해 체계통합을 하면 기술 축적과 전력화 성공, 생산인력 유지 등의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현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통해 방위산업의 투명성 제고, 연구개발 능력 강화 등을 통해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비틀거리는 상황에서는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이나 두산처럼 방위산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이 또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국가안보가 흔들릴 때 나서야 할 방위산업이 존폐 위기에 몰리기 전에 일본과 유사한 방식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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