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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 ‘정도의 차이’… 극복 믿음 갖기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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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9 23:00:00 수정 : 2020-04-19 2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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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심리 방역’ 나선 한국심리학회 조현섭 회장 / “재난 상황시 심리 불안감 막대 / 전문가들 ‘고통 공감’ 봉사 나서 / 일상 속 긍정부분 찾아 활용 필요”

“과거에도 재난 상황은 많았지만,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의 심리적 어려움까지 국가에서 해결해주려 적극적으로 노력하진 않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심리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무료 심리상담을 기획·추진한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은 지난 17일 총신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포항 지진 등을 겪으며 심리 전문가들이 그분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계기로 이번에도 나서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시민들의 ‘심리 방역’을 위해 무료 심리상담을 기획·추진한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 연구실에서 현 상황에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한국심리학회는 지난달 9일부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불안 및 경제적 타격, 직장·가정 내에서의 불화 등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 학회장은 “어떤 강제성도 없는데 학회원들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봉사에 참여해줬다”고 설명했다. 심리학회는 지난 2월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던 시기에 곧바로 상담 시스템 마련에 돌입했다. 단기간 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재난 상황 속 시민들의 심리 문제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학회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왔던 덕분이다.

포항 지진 및 고성 산불 등의 재난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지켜봤던 조 학회장은 ‘자살예방 및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재난 상황 시 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조 학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재난 상황 속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막대하지만 이에 비해 정부의 ‘심리 방역’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학회장은 “정부가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학회장은 이러한 인식이 과거 정부가 알코올중독자를 바라보던 시선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조 학회장은 “20여년 전 (알코올중독자 문제를 제기하면) ‘왜 국가에서 술 먹는 사람까지 치료해줘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면서 사회적 인식이 변해왔다”며 “재난 상황도 마찬가지다.

재난을 겪은 사람의 심리적 문제가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결코 개인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학회장은 시민들이 상담에서 주로 호소한 내용으로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물론, ‘수입 감소 등 경제적 문제’, ‘미뤄지는 취업, 자격증 시험 등으로 인한 불확실한 장래’, ‘직장·가정 내 불화 및 스트레스’ 등 다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심리학회가 이달 12일까지 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 성별로는 남성(34.8%)보단 여성(65.2%)이 더 많이 상담을 요청했고, 연령대로는 30대(22.6%)가 가장 많이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대(21.5%), 20대(20.1%), 50대(17.4%) 등의 순이었다.

조 학회장은 “60대 이상의 상담 요청 비중이 낮은 건, 이분들의 심리 상태가 괜찮다라기보다는 전화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학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한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자신도 최근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딸이 귀국해 자가 격리를 한 데다, 지인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일 등이 이어지면서 심리적으로 큰 공포감을 겪었다고 말했다.

조 학회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문제가 되다 보니, 전쟁 이상의 공포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한다”며 “정도의 차이이지 누구나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 학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건강수칙을 잘 지킴에 따라 감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국가 방역시스템과 의료수준에 대한 신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조 학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약되더라도 생활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일상 패턴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바쁘게 달려오면서 쉬지 못했던 우리가 잠시 멈춰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쉼의 시간’으로 이 기간을 이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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