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승조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전력을 사실상 상실한 모습에 놀란 이가 많을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작전 구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이 포함된 서태평양 일대라는 점 때문에 이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한 이도 있을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해야 옳다. 미 해군에는 ‘항공모함’으로 불리지 않으나 웬만한 나라의 항공모함과 맞먹거나 그를 압도하는 전력을 지닌 ‘강습상륙함’이 여러 척 있기 때문이다.
12일 미 해군에 따르면 최근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제7함대 소속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가 동중국해 일대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미 해군은 아메리카호의 비행갑판 위로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B가 착륙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우리 공군도 보유한 F-35A를 해병대용으로 개조한 F-35B는 스텔스 성능과 별개로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추고 있다. 비행갑판이 좀 좁아도 그 위에서 뜨고 내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F-35B 전투기 수십대를 싣고 다니는 강습상륙함은 사실상 항공모함이나 마찬가지란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습상륙함은 원래 상륙작전 지원용으로 만들어졌다. 아메리카호를 비롯해 미 해군은 강습상륙함을 10척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그중 아메리카호는 2014년 말 취역한 최신형 군함으로 만재배수량 4만5700톤, 선체 길이 257.3m, 선체 폭 32.3m 규모다. 승조원은 총 1059명인데 해병대 등 상륙작전 병력 1687명도 태울 수 있다. 넓은 비행갑판을 보유해 해병대가 사용하는 F-35B 전투기와 헬기 등 36대 이상의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어 중형 항공모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군사 전문가들은 “미 해군이 보유한 강습상륙함들은 항공모함이란 이름만 붙지 않았다 뿐이지 규모나 운용 가능한 항공기 수 등만 놓고 따지면 웬만한 나라의 항공모함과 맞먹거나 오히려 능가한다”고 평가한다. 최근에야 항공모함을 보유한 중국의 해상전력과 견줘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서태평양 일대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던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승조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따라 모든 임무 수행을 중단한 채 서태평양의 미국령 섬 괌으로 철수, 응급 조치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항공모함 전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당분간 아메리카호 등 강습상륙함이 그 빈 공간을 채울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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