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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려없는 코로나19 대책… 복지현장 아수라장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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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9 17:09:18 수정 : 2020-04-09 17: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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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야근은 물론이고, 지난 주말에도 출근해 일했어요. 저희는 이미 ‘번아웃(Burnout·탈진)’ 상태죠.”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월 말부터 이어져 온 과다한 업무에 버티기 힘든 상황이지만, 매일같이 새로운 일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A씨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접수부터 보건복지부의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소비쿠폰 지급, 선거 공보물 관련 업무에 하루 200통 이상 주민센터로 빗발치는 전화 상담 응대 등 계속되는 업무로 끼니를 거르는 건 예삿일이 됐다. 그는 “(정부 등에서) 새로운 지원 정책에 대해 발표를 하면 주민들의 문의는 폭주하는데, 저희에겐 관련 공문조차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 제대로 답변해드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며 “이 과정에서 욕을 먹는 건 우리”라고 토로했다.

지난 3일 서울 양천구청 양천홀에서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전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위해 복지업무를 수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정부·지자체의 정책 추진과 이로 인한 과다한 업무량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 공무원의 업무량 폭증에 따른 민원서비스 질 하락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 대응을 위해선 각종 정책 발표에 앞서 행정 현장부터 돌아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따르면 일선 복지공무원들은 정부와 각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자격대상 및 지원방식 등에 대한 잇따르는 민원으로 ‘살인적’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복지팀장 B씨는 “사실 업무가 박자를 맞춰가면서 가야 하는데, 현재는 계속 업무가 밀리고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담당 직원 외에 다른 직원들도 밤 11시까지 일하고 있다. 누구 한 사람 죽어나야 (이 상황이)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C씨는 “긴급생계자금을 신청한 주민들의 건강보험료 등을 (동에서) 일일이 체크해 검증하고 있다”며 “물리적으로 이걸 다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시가 10일부터 지급한다고 발표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노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 공무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는 관심도 없고, 오히려 공무원들을 쓰다 고장 나면 버리는 기계의 부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지난 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인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신청장소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선 공무원들은 이같은 문제가 정책결정자들이 행정 절차 및 업무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지원책을 먼저 발표부터 해버리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D씨는 “저희한테 정확한 지침이나 매뉴얼이 나오면 괜찮은데, 정부에서도 정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를 먼저 하니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민원인 입장에선 공무원에 대한 시선도 안 좋은데, 제대로 설명조차 못 받으시니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선대책 발표, 후수습’ 방식의 해결책 보다 합리적인 행정 시스템을 통한 일의 체계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는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일부 지자체 등에서) 일단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합리적 판단 등의 과정은 차치한 상태에서 이해득실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발표를 해버렸다”며 “공무원들은 이런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법적 근거나 상부의 지침이 시달돼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업무를) 맞이하다 보니까 상당히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재난긴급생활비) 시스템 보완이나 기능 개선을 많이 했다”며 “시도 최대한 노력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측도 “아직까지는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정부 지원책 등도 더해진다면, 이를 감안해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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