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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파랑’ 오만한 ‘빨강’ 색이 품고 있는 상징과 편견

입력 : 2020-03-28 03:00:00 수정 : 2020-03-27 20: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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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파스투로·도미니크 시모네/고봉만/미술문화/2만2000원

색의 인문학/미셸 파스투로·도미니크 시모네/고봉만/미술문화/2만2000원

 

프랑스 중세사 연구가이자 색의 역사에 정통한 미셸 파스투로 저서의 개정판이다. 소설가 겸 기자인 도미니크 시모네가 질문하고 미셸 파스투로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미셸 파스투로는 사람들이 색에 품고 있는 사회 규범과 금기, 편견 등을 설명하고, 다양한 의미로 변주돼 우리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태도, 언어와 상상계에 미치는 색의 영향력을 설명한다. 그는 그림이나 장식물, 건축, 광고는 물론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제품, 옷, 자동차 등 이 세상 모든 것의 색이 비밀에 싸인, 불문(不文)의 코드로 지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설명하는 컬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색이 가진 상징성과 역사적·사회적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여섯 가지 ‘기본색’으로 이뤄진 체계 속에서 산다. 소심한 ‘파랑’, 오만한 ‘빨강’, 순결한 ‘하양’, 위선과 교활의 ‘초록’, 콤플렉스의 ‘노랑’, 우아함과 오만함의 ‘검정’ 등이다. 이 같은 색에 관한 관념은 모두 역사적 유래가 있다. 파랑은 오랫동안 중요하지 않은 색, 아무 의미가 없거나 별것 아닌 색, 고대에는 심지어 경멸받는 색이었으나 중세에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지면서 위치가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신성한 색, 만장일치의 색으로 여겨지게 됐다.

현대 들어 웨딩드레스의 색은 대부분 하양이지만,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웨딩드레스의 색은 화려하고 빛나는 빨강이었다. 빨강은 권력의 힘, 전쟁의 승리, 화려한 아름다움 등을 의미했기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빨강은 매춘부들의 색이기도 했다. 이처럼 색이 지닌 이미지는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결정되고 언제나 변해왔으며 상반되는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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