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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으로 지역사회 복귀 후 확진… 공항검역 강화 역부족

입력 : 2020-03-26 06:00:00 수정 : 2020-03-25 23: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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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發 입국자 방역 ‘빨간불’ / 해외감염 227명… 유럽 입국자 ‘최다’ / 공항 검역서 증상 확인 101명 불과 / 입국 명단도 하루 지나 지자체 통보 / “자가격리 등 관리 어려워” 하소연 / 무증상자들 대중교통 이용해 귀가 / 이동 중 전파 등 지역감염 우려 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유럽발 항공기 승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귀국하는 사람들이 잇따르면서 이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공항 검역을 강화하긴 했지만, 이전에 들어왔거나, 무증상으로 공항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돌아간 뒤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는 사례가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입국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5일 0시 기준으로 해외에서 들어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227명이다. 내국인이 204명, 외국인이 23명이다. 유럽 입국자가 133명으로 가장 많고, 미주 지역 입국자가 49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중국 입국자 16명, 필리핀·태국 등 중국 외 아시아 입국자 27명이 있고, 아프리카(이집트) 유입이 2명이다.

공항 검역에서 확인된 사람은 지금까지 101명으로 파악됐다. 특별입국절차 확대, 유럽 입국자 전수조사 등 검역이 강화되면서 공항에서 확진을 받은 사람은 지난 16일 4명에서 이날 34명으로 많아졌다.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확인된 확진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공항검역을 제외한 126명이 지역사회에서 확진 받은 경우다. 경기 성남시에서 지난 18일 입국한 미국 유학생 A(21·여)씨는 22일부터 후각과 미각 둔화 증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미국 유학생인 B(19)씨도 22일부터 몸살 증상을 보였다가 전날 귀국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고양시는 해외에서 입국한 C(23)씨와 D(26·여)씨가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 유학생인 C씨는 지난 19일 입국한 뒤 발열과 인후통 증상을 보여 2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전에서도 최근 미국에서 입국한 6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각각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대부분 공항 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가 며칠 뒤 증상이 나타났다. 누적 확진자 중 8% 내외는 무증상으로 알려져 자가격리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역사회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해외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관리를 담당하는 지자체들은 명단 통보가 늦는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해외 유입자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공항 등에서 입국자 정보를 입력해 지자체에 통보되기까지 하루 정도 시차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수원시는 지난 17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20대 남성이 코로나19 양성이 나왔고, 가족 3명도 모두 확진된 사례를 들며 “지자체가 해외 입국자 명단을 통보받지 못해 일대일 모니터링과 2주간 자가격리 조치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환자의 귀국 사실이 수원시에 통보됐다면 시가 남성과 가족을 분리 관리해 가족 간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광주시도 중앙 정부가 해외 입국자 명단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능동감시 등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유럽 입국자들을 태운 버스가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입국자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하는 진천군은 23일 입소로 통보받았으나 22일 밤부터 입소가 이뤄져 대처하느라 허둥댔다. 2차 유럽발 입국자들이 24일 오후 4시 법무연수원에 입소한 사실도 이날 오후에 전달받았다.

중대본은 “명단 통보 시간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인력을 투입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추후 준비가 되는 대로 지자체와 정보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입국 무증상자들이 임시생활시설 또는 공항에서 자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허점이 드러났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은 공항 검역대를 통과해 항공기, 택시 등을 타고 부산 자택까지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천 법무연수원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 자가격리를 해야 할 퇴소자들 일부가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식사를 했다는 목격담이 나와 논란을 빚었다. 방역 당국은 퇴소자들을 터미널 등까지 데려다준 뒤 각자 이동하고 있다.

방대본은 “무증상인 경우 귀가하는 과정에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코로나19 노출 위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도록 적극 홍보하고, 추가로 이들에게 교통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는 지역 대학에 다니는 미국·유럽 출신 유학생들을 공항에서 직접 수송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럽 이어 미국發 입국자도 2주간 자가격리

 

정부는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입돼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이어 미국발 코로나19 위험이 커지자 추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검역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5일 정례브리핑에서 “27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미국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는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검역소에서 진단검사를 받는다. 유증상자 가운데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다. 음성이라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증상이 없는 내국인 및 장기체류 외국인은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증상이 없더라도 단기체류 외국인 중 국내에 머물 곳이 없어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경우 공항 내 시설에서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으로 판정돼야 입국이 가능하다. 입국 후에는 강화된 능동감시가 적용된다.

 

영국 런던발 입국자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격리통지서와 검역확인증을 들고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입국자들은 공항에서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게 된다.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은 “미국발 입국자 자가격리는 법적인 강제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발 입국자 자가격리는 미국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미국발 입국자 1만명당 확진자 수는 28.5명으로, 유럽(86.4명)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미발 입국자가 하루 평균 2500명 안팎으로, 유럽(1300명 안팎)보다 많은 점도 고려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 유증상자는 공항에서, 무증상자는 14일간 자가격리·귀가 후 3일 내 검사를 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외 유입 환자 증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도 해외 유입 환자로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9137명 가운데 해외 유입 환자가 227명이다. 특히 신규 환자 100명 중 51명(51%)이 해외 유입 사례다. 지난 23일 28.2%, 24일 32.9%로 신규 환자 비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검역 단계에서 34명이 발견됐고, 17명은 지역사회에서 확인됐다. 내국인이 43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는 대구, 부산 등에서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131명으로 늘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앞으로 미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 수가 많아진다면 전수검사를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확진자 비율, 해당 국가 발생률 등을 고려해 위험도를 평가한 뒤 상황에 따라 검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경·백소용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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