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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방 이용객 “코로나 안 두렵냐” 묻자 “상관없다”…침 튀기며 대화 [밀착취재]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26 06:00:00 수정 : 2020-03-26 16: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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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PC방에서 도청 공무원들이 코로나19 감염예방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PC방, 노래연습장, 클럽 형태 업소 등 3대 업종을 대상으로 밀접이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날부터 초∙중∙고교 개학일인 다음 달 6일까지 점검을 이어간다. 수원=뉴스1

"손님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지만 입장 뒤 답답하다며 실내에서 벗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혼자 일하다보니 뒷문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발열체크도 꼼꼼하게 할 수 없고요.”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수원역 주변 한 피시방. 점심식사 시간을 갓 넘긴 이곳에는 27명의 20·30대 남성들이 띄엄띄엄 자리에 앉아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0석 넘는 규모의 피시방 입구에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체크한다는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이날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피시방과 헬스장 등 다중이용업소에 운영중단 권고를 내린 지 사흘째되는 날이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이어졌지만 피시방은 여전히 방역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는 터였다.

 

이곳도 절반 가까운 입장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다가 경기도 점검반이 들어서자 피시방 측 요구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했다. 하지만 일부 손님은 여전히 착용을 거부했다. 또 10석 안팎으로 이뤄진 한 줄에 2∼3명이 간격을 두고 앉았지만 6명 안팎의 입장객은 친구 사이인 듯 밀착해 게임을 이어갔다. 마스크를 벗은 20대 남성 2명은 불과 30㎝ 간격을 두고 침을 튀기며 대화하기도 했다. 

 

이들 대다수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키보드를 격렬하게 두드리며 게임에 몰두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배틀그라운드, 롤, 리그오브레전드 등의 게임은 헤드셋을 쓰고 상대방과 소통하도록 설정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헤드셋을 사용할 경우, 비말(침방울)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피시방을 찾은 취업준비생 A(31)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신경쓰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근 학원에서 공부하다 점심시간마다 이곳을 찾아 한두 시간동안 간단한 식사와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용객 B(22)씨는 “대학 개강이 자꾸 늦어져 지루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업소 측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피시방은 이미 코로나19 사태의 중심에 서 있다. 서울 중랑구에선 전날 확진자 한 명이 다녀간 피시방과 관련해 187명이 검체 검사를 받았다. 반면 생계에 영향을 받는 피시방 운영자들은 “왜 우리만 영업중단이냐”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은 “아무래도 대면접촉은 꺼릴 수밖에 없다”며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환기하고 소독한 뒤 피시가 놓인 책상과 자판을 소독약으로 닦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조심해도 입장객이 마스크 착용이나 체온 측정, 간격 유지 등의 권고를 거부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해당 피시방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평소보다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다. 피시방에 들어온 지 30분이 지나자 손님 한 명이 정문으로 들어왔다. 마스크를 착용한 20대 남성은 단골인 듯 능숙하게 문앞 키오스크에서 카드결제를 마쳤다. 이어 데스크로 다가와 체온을 측정했다. 35.9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도 곧바로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 발열상태 등을 기입했다. 

 

해당 피시방이 입주한 건물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같은 건물에 헬스클럽과 노래방, 콜라텍, 푸드코트, 회센터 등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해 있고 대낮이었지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동행한 경기도 점검반원들은 이곳에서 △감염관리책임자 지정 △이용자·종사자 마스크 착용 △발열·두통·기침 등 유증상자 출입금지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 △손 소독제 비치 △이용자 간 간격 유지 △주기적 환기 △소독과 청소의 8가지 항목을 꼼꼼히 살펴봤다. 점검 결과에 따라 수칙을 어긴 업체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

 

점검반을 이끈 공정식 경기도 미래산업과장은 “행정명령 이행 여부를 살펴 조치를 취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용객 스스로 주의를 환기하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는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도내 1만5000여곳의 PC방, 노래방, 클럽 등을 대상으로 이날 본격적인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밀접이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 뒤 계도기간을 거쳐 후속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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