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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본항공, ‘女승무원 하이힐 규정’ 철폐…국내 항공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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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4 11:08:53 수정 : 2020-03-24 1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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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JAL)이 여성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구두 굽 높이 규정’을 철폐한다. 오는 4월부터 여 승무원 바지 유니폼을 도입한 데 이어 단화 착용까지 가능하도록 한 진전이다.

 

23일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일본항공은 그동안 여성 승무원에게 3∼4㎝, 지상직에게는 3∼6㎝ 높이의 구두를 신도록 의무화했지만 이제는 이 규정이 없어진다. 검은색 단화, 드라이빙화 착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항공은 “사원의 안전과 건강, 다양한 요구를 검토한 결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 규정은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일본 내 직장에서 여성에게만 하이힐, 펌프스 등 구두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에 항의하는 ‘쿠투(#KuToo)’ 운동을 시작한 배우 이시카와 유미는 이 소식에 “일본항공이 달라진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다른 항공사나 호텔 등 여성에게만 구두 규정을 의무화하는 기업들도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항공 복장 규정 변경에 대해 보고한 공산당 코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일본항공의 빠른 대응에 경의를 표한다. 목소리를 내면 정치도 사회도 움직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쿠투 운동은 3만2000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이끌어내면서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미국 CNN방송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쿠투 운동을 언급하면서 “이제 여성들은 하이힐 대신 안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쿠투는 ‘#MeToo(미투)’와 ‘구츠’(일본어로 ‘구두’와 ‘고통’을 발음한 것)을 합해 만든 단어다. 

 

지난해 9월 아사히신문이 유니폼을 입고 고객을 응대하는 주요 기업 22개사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9개사의 절반 이상이 구두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이나 항공회사의 경우 “힐은 대략 3~5㎝를 권장”(帝國호텔), “힐의 높이는 3~4㎝, 폭은 4㎝ 정도”(일본항공) 등으로 규정을 세밀하게 정해 놓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항의하는 쿠투 운동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장 규정이 가장 엄격한 편인 항공업계에서 구두 규정 철폐와 바지 유니폼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는 반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 승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외모 규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그러나 화장법과 유니폼, 키와 체중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외모 규정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소속 익명의 객실 승무원들은 지난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지적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남성 승무원과 달리 여 승무원들은 안경을 쓰지 못하고, 흰머리도 보이면 안된다. 이후 안경을 쓸 수는 있게 됐지만 눈이 아플 때 사유서를 제출해야만 가능하다.

 

유니폼이 몸에 꽉 맞아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이며, 바지 유니폼이 의무지급이 아니다 보니 입으려면 회사 눈치를 봐야 해 사실상 바지 허용 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황임이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3년 바지 유니폼이 허용됐지만 약 5년이 흐른 뒤에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 승무원 출신의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바지 유니폼 하나 만드는 데 2년이나 걸렸지만 입사할 때 회사에서 주지 않는다”며 “나중에 신청을 받아 지급하는데 바지를 신청하면 사무실로 불려가니 입는 사람이 지금도 열 명이 안 된다”고 밝혔다.

 

철도 승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은 “여성은 반드시 메이크업을 해야한다”며 상세한 용모 규정을 명시한 ‘전동열차 승무원 업무 매뉴얼’이 논란이 되자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는 “승무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장·용모 규정을 간소화하는 등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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