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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죽어야 사는 시대를 산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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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3 23:36:54 수정 : 2020-03-23 23: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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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 1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여느 때라면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거행되어 그의 순국의 의미를 조명하며 계승하려는 노력이 펼쳐졌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모든 행사가 취소되어 안타까운 심정에 글로 추모의 정을 표하려 한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대한제국 국권침탈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되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을 포함해 구한말 대형 사건에 개입했었고 대한제국을 일본에 강제 병합한 기획자이자 실행자로서 한민족 원수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안 의사가 민족의 이름으로 그를 처단한 것이었다.

박귀언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상임이사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는 중국 여순감옥에 구금되어 여순일본관동법원에서 6차례의 공판을 통해 이듬해 2월 14일 일반형사범으로 분류되어 살인죄를 적용받아 사형을 언도받고 거사 5개월이 되는 3월 26일에 여순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했다.

안 의사는 거사에서 순국까지 줄곧 대한의군참모중장의 자격으로 국권수호를 위한 전투의 일환으로 적장을 사살한 것임을 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일반 살인죄를 적용받아 결국 사형을 언도받게 되었다.

안 의사는 항소를 통해 국제법을 적용받아 사형을 면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국제 변호사들을 섭외하여 준비했던 가족과 많은 분이 항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을 읽었던 안 의사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구차한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죽으라는 말씀을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고 따랐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랬다. 그 시대는 죽어야 사는 시대로 우리 민족 모두가 일본 제국주의의 잔인무도한 침략정책에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목숨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 천하를 얻고도 네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 예수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던 석가 등 성인들의 금언이다.

그러나 죽어야 사는 상황도 있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가 그러했고 안중근 의사가 그러했다.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세상을 밝히는 진리의 등불로 사랑의 화신으로 영생을 얻었다.

안 의사도 죽음으로 우리 민족과 동양 인류에게 민족정기의 발양자로 평화수호를 위한 선각자로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계시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안 의사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윤봉길·이봉창 등의 의열 투쟁과 해외 독립군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의 횃불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선열들의 피땀 위에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 국가로 우뚝 섰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많은 의견의 대립도 있고 이해득실을 따진 갈등도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살아온 선열들의 올곧은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안 의사의 순국일이 민족과 인류 앞에 영원히 기억되고 추앙받을 일이 어떤 것인지를 깊이 숙고하고,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성찰하여 바른 판단에 합의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지혜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마음으로 역사적 순국일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한다.

 

박귀언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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