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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어제 죽었어요… 확진자라 장례식도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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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9 15:38:05 수정 : 2020-03-09 20: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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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전한 안타까운 사연 / "순간순간 모면하는 얄팍한 국정 운영 더는 안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진료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보호구 착의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A씨는 지난 7일 남편을 잃었다. A씨의 남편 역시 코로나19 감염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A씨는 비록 남편과 몸은 떨어져 있지만 곧 건강을 회복해 다시 예전처럼 한집에서 지낼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가 전한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A씨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 세상을 뜬 남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완치 판정을 받기 전에는 병원을 떠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에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난 1일부터 대구에서 의료봉사활동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A씨를 만난 날은 A씨가 남편을 잃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A씨는 회진 중인 안 대표에게 “선생님,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안 대표가 코로나19 증세와 관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숨이 많이 차시냐. 가슴이 어떻게 아프시냐’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어제 남편이 죽었다’는 A씨의 대답이 돌아왔다. 

 

안 대표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며 이 같은 사연을 소개했다. 안 대표는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이 그분께 위로가 되겠나”라며 “사체를 화장하면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병이 낫지 않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나”라고 탄식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진료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화상연결회의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수술복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한 안 대표는 “저는 매일 환자 한분 한분의 하소연을 듣고 고통과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장에 함께 하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 지금 이 시점에도 나라가 둘로 나뉘어 싸워야만 하는 것인지,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 모두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책임 있게 고민했던 세력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 때의 ‘사스’, 이명박 정부 때의 ‘신종플루’, 박근혜정부 때의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언급하며 “21세기에 주기적으로 우릴 찾아올 팬더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은 국가 간 실력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에둘러 비판했다.

 

안 대표는 “국가의 실력은 정권의 실력에서 나타난다. 실력 없는 정권이 실력 없는 국가를 만든다”며 “국민을 이념과 진영으로 분열시키고, 나라가 어떻게 되는 오로지 권력의 쟁취에만 매몰된 구태정치는 수명이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포퓰리즘과 이미지 정치로 순간순간만 모면하는 얄팍한 국정 운영이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치의 진정한 설 자리는 어디인지 생각하고, 정리된 생각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인 ‘안국모(안철수와 함께 하는 국민 모임)’는 이날 안 대표의 행보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대구 동산병원에 700여만원을 기부했다. 안국모 관계자는 “의료진의 안전 장비 구비를 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며 “안 대표의 조용한 봉사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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