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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입국제한' 조치에 귀국 서둘러… 하네다공항 가보니 [밀착취재]

입력 : 2020-03-09 06:00:00 수정 : 2020-03-09 09: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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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 상징 하네다노선 처음 단절 / “日은 감염병 안전한가” 비판 나와 / “그 많은 한·일 커플들 어쩌라고…” / “한·일 간 감정싸움 초등생 같아”
하네다공항 출국장의 8일 오후 전경.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갑자기 입국 제한을 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뒷북을 치는 대책입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국민의 비난을 한국에 쏠리게 하려는 조치입니다.”

한국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정권의 입국 제한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을 통해 황급히 입국한 구모씨가 불쾌한 듯 말했다. 구씨는 일본인 아내와 함께 80일 된 딸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일정을 하루 앞당겨 돌아왔다. 구씨는 “한·일 국제커플이 많은데 정부 간의 문제로 피해를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입국제한 조치 시행 하루 전인 8일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들어오고 있다. 도쿄 하네다국제공항=김청중 특파원

아베 총리 정권의 하늘길·뱃길 봉쇄조치로 9∼31일 항공편이 셧다운하는 하네다공항은 이날 일본으로 서둘러 돌아오는 일본인과 한국 교민·유학생으로 어수선했다. 입국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엔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황당함과 9일 전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3세 쌍둥이를 데리고 입국한 김지혜씨는 “21일까지 친정에 있다가 일본인 남편이 한국에 오면 함께 돌아오려고 했다”며 “일본 정부 발표 다음날 새벽 부랴부랴 김포공항에 가서 항공권을 변경하고 두 아이를 혼자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일 취재진에게 “코로나19로 한국은 위험하고 일본은 위험하지 않으냐”며 “한·일이 싸우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초등학생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로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인천국제공항∼도쿄 나리타·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사이의 극히 일부 항공편을 제외한 양국의 하늘길과 뱃길이 봉쇄된다. 대한항공(KAL),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항공(ANA)은 황금노선인 김포∼하네다 항공편 운항 중단을 고지했다. 대한항공은 당분간 인천∼나리타 하루 1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인천∼간사이 각 하루 1편을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일본항공, ANA는 전 한·일 노선을 중단한다.

8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한 항공사 카운터 앞에 9일부터 일본행 노선 운행중단을 알리는 알림판이 설치되어 있다. 남정탁 기자

한·일 교류의 상징인 김포∼하네다 항공편은 1958년 개설된 뒤 1978년 나리타공항 개항으로 사려졌다가 2003년 부활했다. 양국의 정치외교적 이유로 김포∼하네다 노선이 단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이번 조치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하네다공항을 통해 돌아온 김채원(22)씨는 “3월 말까지 한국에 있을 예정이었는데 일본 정부 발표로 급하게 표를 바꿔 힘들게 입국했다”며 “앞으로 계속 양국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하네다공항 출국장에 출·도착편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 귀국한 30대 일본인 여성은 일본 정부 조치에 대해 “‘결국 이렇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복잡한 심경”이라며 “일본이라고 (코로나19에) 안전한 곳이라고 이야기를 못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서 확진자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주말 사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홍콩 남성과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80대 남성이 잇따라 숨졌다. 일본 당국은 당초 크루즈선 감염자가 706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실수가 있었다며 696명으로 정정하는 등 계속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감염자는 1164명(크루즈선 696명), 사망자는 14명(크루즈선 7명)이다.

 

도쿄 하네다국제공항=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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