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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외할머니 집 왔다가… 아이들 셋 화재로 참변

입력 : 2020-03-05 06:00:00 수정 : 2020-03-05 08: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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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덕동 상가주택에서 불 / 화재 당시에 어른들은 집 비워 / 주민들 “어린이집 문닫아 놀러와” / 경찰 “사실관계 확인 중” 밝혀 / 전기난로 등 정확한 원인 조사
화재로 어린이 3명이 숨진 서울 강동구의 한 주택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사이 외할머니댁에 놀러와 있던 아이들이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4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4층짜리 상가주택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불은 약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이 불로 이 건물 3층의 가정집에 있던 이모(4)군과 4살과 7살인 박모양 자매가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고 숨졌다. 이 건물 4층에 사는 주민이 “타는 냄새가 난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어른들은 모두 외출 중이었고 아이들만 집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세 아이는 이종사촌 관계로 외할머니 A(60대)씨의 집에 놀러와 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둘째 딸은 원래 경기 파주에 거주 중이지만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자 세 자녀를 데리고 모친의 집에 와 머물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딸의 세 아이 중 첫째 아들은 사고 당시 외출해 참변을 피했고 둘째와 셋째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A씨 첫째 딸의 아들인 이군은 평소 집으로 찾아오는 도우미에게 동생과 함께 돌봄을 받았지만 이날은 사촌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 외할머니 집에 찾아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상가주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외할머니집에 놀러 왔던 어린이 3명이 숨졌다. 이날 화재 현장 출입문 앞에 어린이 신발 한짝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뉴시스

상황이 모두 정리된 오후 6시까지도 이웃 주민들은 흥건한 물 자국이 남은 건물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하모(68·여)씨는 “원래 같았으면 3월 초 이맘때쯤이면 아이들이 유치원이며 학교를 갔어야 할 시기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전부 문을 닫았으니 외할머니 집에 놀러와 있었다고 들었다”며 “이 동네에 사는 이군은 가끔 우리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왔는데 그렇게 영특할 수가 없었다. 외할머니도 봉제공장에 다니며 참 열심히 사는 분이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이웃 주민 박모(90·여)씨는 “화재가 나고 소방관과 경찰이 진입할 당시 누군가 ‘애들부터 끌어내 달라, 애들부터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숨진 아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했다는 이웃 주민들의 전언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유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그와 관련한 사실관계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집 안에 전기난로가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5일 오전 합동감식을 할 예정이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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