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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가짜 박근혜 시계’ 왜 찼을까… “정권 향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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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3 06:00:00 수정 : 2020-03-03 13: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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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나 좀 잘 봐달라’는 뜻일 것” 추측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가평=뉴스1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2일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에서 회견 내용보다 여론의 관심을 모은 건 그가 차고 있던 금빛 손목시계였다.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 시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필로 보이는 글씨로 박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져 있어 ‘박근혜 시계’란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시계가 가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총회장은 왜 ‘가짜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온 걸까.

 

◆朴정부 관계자들 “금장시계 제작 안해”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미래통합당 이건용 조직국 조직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 전) 대통령 취임 초기 대통령 시계 제작과 관련해 보고가 있었고, ‘은색시계’ 단 한 종류로 제작을 지시했다”며 “이후 탁상시계와 벽시계 등 다양한 기념품이 제작됐으나 ‘금장시계’는 제작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이어 “청와대 봉황 마크와 대통령 서명을 위조해 사용할 경우 사법 처리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미래통합당 김진태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신천지예수고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의 손목시계와 박근혜정부 시절 만든 기념시계 비교 사진. 페이스북 캡쳐

다른 관계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박근혜정부 당시 제작된 기념시계 중) 금장시계는 없었고, 시계판에 날짜 판도 없었다”며 “이 총회장의 시계는 가짜”라고 설명했다. 당시 총무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한 인사 역시 “당시 시계 제작 담당자 등에게 확인해보니 시계와 시곗줄까지 모두 은장으로 된 한가지 디자인 제품만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총회장이 차고 있던 시계는 100% 가품”이라고 했다.

 

중고물품 거래 온라인 커뮤니티인 중고나라에는 이 총회장이 찬 시계와 유사한 시계가 49만원에 판매 등록돼 거래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계 판매자는 “금도금”이라며 “국회 제작 의원용 새상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총회장이 차고 있던 시계의 진위 논란이 일자 신천지 측은 “해당 시계는 5년 전 한 장로가 (이 총회장에게) 줘서 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다”며 “정세균 국회의장(현 국무총리) 시절 받은 시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당보다는 여당에 어필하기 위한 것”

 

이 총회장이 찼던 시계의 진위 여부 외에도 그가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굳이 그 시계를 택한 이유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총회장이 별다른 의미 없이 평소 애장품이던 해당 시계를 차고 나왔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후자의 경우 최근 신천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교주인 이 총회장이 아무 생각 없이 이 시계를 택하진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곁들여진다.

 

2일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에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이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엎드려 절하고 있다. 그의 손목에 있는 금빛 시계가 눈에 띈다. 가평=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온 건 현 정권에 던지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신천지와 정치인, 주로 야당 인사들과의 연루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시계를 차고 나옴으로써 묵시적으로 현 정부에 조금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상식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야당이 아닌 여당에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현 상황의 탈출구를 모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미래통합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 정권에서 살인죄로 고발당한 사람이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오히려 ‘나 이렇게 박 전 대통령과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걸 알렸으니, 나 좀 잘 봐달라’는 메시지 아니었을까”란 추측을 내놨다. 그는 이 총회장을 향해 “시계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밝히라”면서 “그러지 않으면 온 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정치공작을 시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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