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홍상수 “모든 분께 감사”

입력 : 2020-03-02 06:30:00 수정 : 2020-03-01 23:21: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영화, ‘기생충’ 이어 또 낭보 / 김민희와 협업 ‘도망친 여자’로 / 김기덕 이어 한국영화 역대 두번째 / 세계가 인정 실력불구 사생활 논란
홍상수 감독(오른쪽)이 배우 김민희와 29일(현지시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올해 101년을 맞는 한국영화계에 또 다른 낭보가 전해졌다. 홍상수(60) 감독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객 수가 급감하며 영화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홍 감독은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24번째 장편영화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받았다. 은곰상인 감독상은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에 이은 2등상이다. 한국 감독이 이 상을 받은 건 2004년 ‘사마리아’ 김기덕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다.

홍 감독은 연인이자 주연 배우인 김민희(38)와 포옹을 나누고 무대에 올라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며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해 주연 김민희와 서영화(52)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받았다.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 배우 서영화(왼쪽부터)가 29일(현지시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베를린=AFP연합뉴스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감희(김민희)를 따라간다. 영화제 측은 “홍 감독은 ‘도망친 여자’에서 감희의 만남들을 미니멀리즘적으로 묘사한다”며 “이 영화는 무한한 수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외신들은 “여성의 우정과 외로움, 이를 방해하는 남성에 대한 축소판으로 관객들을 배꼽 잡고 웃게 했다”(로이터통신)거나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이어 현재 한국의 영화 성공 스토리를 이어 가는 데 기여했다”(dpa통신)면서 호평했다. 올봄 국내 개봉 예정이다.

홍 감독은 국내에서 이렇다 할 흥행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김민희와의 불륜 논란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해외 영화계가 특히 주목하는 한국 감독 중 한 명이다. 1996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최고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해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단골손님처럼 초청되는 그는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을, 2010년 ‘하하하’로 이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밤과 낮’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4차례 진출한 끝에 감독상을 받았다.

‘홍상수표 영화’란 말이 있을 만큼 지난 24년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일상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위선을 예리하게 포착해 가감 없이 드러내는 특유의 일상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출 기법도 작위적이지 않다. 촬영할 장면의 대사를 촬영 당일 아침에 즉흥적으로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말투나 성격, 습관 등 배우들의 특성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2016년 22년의 나이 차가 나는 김민희와 불륜설에 휩싸이며 도마에 올랐다. 두 사람은 이듬해 “사랑하는 사이”라며 불륜관계를 인정했다. 홍 감독은 아내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는 했으나 그 주된 책임이 홍씨에게 있다”며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김민희와는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첫 호흡을 맞춘 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 ‘그 후’ ‘풀잎들’ ‘강변호텔’에 이어 ‘도망친 여자’까지 7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201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들은 오른손 약지에 커플링을 끼고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해 여전한 애정을 과시했다.

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곰상은 이란 출신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즈 노 이블’에 돌아갔다.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에서 출국금지를 당해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미국 출신 엘리자 히트맨 감독의 ‘네버 레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스’, 남우주연상은 ‘히든 어웨이’ 엘리오 게르마노, 여우주연상은 ‘운디네’ 폴라 비어가 받았다. 모두 감독상과 같은 은곰상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