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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술전 ‘글로리아 뮤노즈 ’ 특별전 / 국제미술전 거듭나 / 세계 예술·문화 가교로 / 한·스페인 수교 70주년 / 더 뜻깊어 / 주제 ‘더 골든 저니’ / 인류의 시초인 바다 / 그 풍경 너머 철학을 말하다

세계일보가 창간 31주년을 맞아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세계미술전’을 연다. ‘세계문학상’, ‘세계음악콩쿠르’와 함께 세계일보 3대 문화프로젝트로 꼽히는 세계미술전은 올해부터 각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는 국제미술전으로 변모해 세계 문화·예술의 가교 역할을 한다. 첫 주빈국은 피카소, 벨라스케스, 고야, 가우디 등 천재적인 아티스트를 낳은 예술의 나라 스페인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7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이번 전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글로리아 뮤노즈 특별전으로 펼쳐진다. 뮤노즈는 스페인은 물론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 등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해왔으며, 바르셀로나대학 미술학부에서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전시장에서는 풍경화, 정물화, 종이 작업 등 작가 핵심 연작 25점을 만날 수 있다. 황금빛 찬란한 지중해 문명에 대한 고찰을 금, 대리석 가루 등의 소재로 풀어낸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여운과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작가는 이 작품들이 국제미술전으로 거듭날 세계미술전의 황금빛 여정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 주제가 ‘더 골든 저니’(The Golden Journey)인 이유다. 뮤노즈가 예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유럽과 미국은 추상과 팝아트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다. 그러나 뮤노즈는 현실 속 일상적인 소재를 그리며, 존재성에 관해 탐닉해왔다.

세계미술전 ‘더 골든 저니’ 포스터.

“제 작품을 정의하는 단어는 ‘사색’입니다. 사색에 도달했을 때 저는 우주에 속해 있다는 기분이 들고, 그것은 황홀경에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뮤노즈의 사색 대상은 고대의 신화와 중세의 고풍스러운 책 등 과거 문명의 흔적에서 시작해 유럽인의 일상 속 사물과 지중해 바닷가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그의 작품들은 이처럼 일상 속 소박함과 낭만을 담은 회화, 판화, 드로잉으로 제작된 풍경과 정물이 주를 이룬다. 인간 삶의 한 장면들과 무관하지 않은 서사다. 작품 속 공간과 사물은 화려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고, 현혹적인 이미지로 포장되지 않으며,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뮤노즈의 손을 거치면서 사물에 새로운 차원과 관점이 부여된다. 단순한 지중해의 낭만과 풍경 너머의 철학이다. 모든 경험적 소재와 역사적 진실, 자연적 사실에 대한 그의 사색은 평범한 서술을 벗어나 울림의 세계와 철학적 내성을 유지한다. 뮤노즈는 “나의 작업실은 작업을 완결시키는 곳”이라며 “이곳은 공허와 충만 사이의 양극적 대립을 가지고 있다. 이 벽들 사이에서는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하늘과 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이것들을 작업에 투영시킨다”고 말한다. 그가 정의하는 ‘사색’이다.

석판화 연작. 아직 미완의 뜻풀이에 머물고 있는 문자로 작성된 15세기 추정 ‘보이니치 필사본’을 표현한 작품으로, 시간이 잉태하는 공명에 관한 그의 시선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더 트리니티 제공

뮤노즈의 정물화는 온전히 묘사되지 않는다. 단순히 사물을 아름답게 그린 ‘재현’이라기보다 인간 감각에 의존하는 ‘재형상화’에 가깝다. 그렇기에 오히려 해석의 여지가 확장된다. 차분하게 자리 잡은 색조와 거칠지만 정제된 붓질로 소담히 놓인 정물들은 고요하고 미묘한 사색을 주며, 이는 관람객의 몫이 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과 컵, 물고기, 과일 등의 일상적인 물체는 작가에 의해 존재성을 획득하고,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는다. “아주 작은 물건들조차 제게 하루하루 새로운 상징을 줍니다. 제 작품 속의 큰 테이블과 비어있는 오브제는 공간의 가능성을 실현시키며, 이는 아틀리에와 그 내부에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오는 결과물이죠.“

이는 바닷가 풍경을 그린 ‘스페이스 오브 시’(Space of Sea) 연작에서도 동일하게 구현된다. 서너 명의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그저 평범한 장면을 녹여낸 듯 보이다가도 흐릿한 형상으로 인해 작품은 사실성보다는 불완전한 존재를 자각하고 심리적 단면을 읽게 한다. 탈색되고 낡아 벗겨진 프레스코를 연상시키는 제단 연작 역시 신성한 엄숙함, 지나간 세월을 환기하는 공허함 등 작가의 감상들이 물씬하다. 뮤노즈는 “눈에 보이는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들 사이 속 괴리에 대해 고민했다”고 설명한다.

사색을 통해 우주에 속해 있는 황홀경을 표현한 ‘엑스터시’(Ecstasy) 연작의 대표작. 더 트리니티 제공

특히 종이 작업들은 작가의 사색을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해 낸 역작이다. 뮤노즈는 “종이 작업은 마치 내가 커다란 벽화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대리석 가루와 금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다양한 질감들을 혼합하는 방식은 회화적 표현 능력을 진화시킨다”며 “황금빛과 고고학의 상징 ‘양피지’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종이 작업은 곧 변하지 않는 본질과 영원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소정 더 트리니티 대표(큐레이터)는 “국제미술전으로 거듭난 이번 세계미술전은 유럽 문명과 교감하며, 2000여년 지중해 문명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 특별한 경험을 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은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1길 14이며, 관람료는 무료.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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