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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 아내와의 결혼식 미루고 코로나19와 사투 벌인 中 의사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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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4 18:27:21 수정 : 2020-02-24 18: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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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29세의 호흡기내과 전문의 펑인화(사진)는 결혼식을 미루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의 싸움에 나섰다가 지난 20일 숨지고 말았다. 중국 웨이보 갈무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격리병동에서 의료 활동을 하던 중국의 29세 의사가 임신 6개월이 된 아내와의 결혼식도 미룬 채 환자 치료에 전념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순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우한시 장샤(江河)구 위생 건강국은 셰허장난(協和江南) 병원의 호흡기내과 전문의 펑인화(彭銀華)가 전날 오후 9시50분(현지시간)쯤 입원해있던 진인탄(金銀潭)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호소한 지 27일 만에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중국 우한의 호흡기내과 전문의 펑인화(왼쪽)는 혼인신고를 마친 아내 자오씨(오른쪽)와 지난달 30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리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를 위해 결혼식을 무기한 연장했다. 웨이보 갈무리

 

서울신문이 현지 언론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29세의 펑씨와 그의 아내 자오씨는 2018년 이미 혼인 신고를 마쳤으며, 자오씨는 현재 임신 6개월차에 접어들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펑씨는 이를 연기하고 코로나19 진료에 전념해왔다.  

 

부부는 2015년 펑씨가 후베이 과학기술대 임상의학과를 졸업할 당시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앞서 펑씨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 가장 역할을 하면서 대학 시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펑씨는 자오씨와의 첫 만남에서 “어릴 적 건설 현장에서 큰 부상을 당한 아버지는 이후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아버지를 대신해 대학 때는 학자금 대출과 정부 지원금 등으로 학업을 지속했고 졸업 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뒤에야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펑씨는 이후 우한시 소재 장샤구의 인민병원에 취업해 의사로 첫발을 디뎌 지난해 7월 같은 병원 호흡기과의 중증의학 입원 병동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지켜본 같은 병동 호흡기과에 재직 중인 진모 박사는 “펑씨는 지난달 30일 병세가 갑자기 악화해 인근 진인탄 격리병동으로 이송됐다”며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그는 의료진의 치료 활동에 적극 협력했고, 매일 아침 아내인 자오씨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통화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리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를 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호흡기내과 전문의 펑인화(오른쪽)의 아내 자오(왼쪽)는 현재 임신 6개월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웨이보

 

펑씨의 순직 소식을 접한 아내 자오씨는 SNS 계정에 남긴 글을 통해 “뱃속 아이의 아버지이자, 나의 남편은 영웅”이라며 “비록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아이에게) 아버지의 순직은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희생이었다고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펑씨의 유가족은 그의 시신을 코로나19 감염자를 위한 치료제를 마련하고 있는 연구소에 기증하기로 한 사실이 전해져 중국 인민의 감동을 더했다.

 

펑씨의 순직에 대해 인민병원 측과 위생 건강국은 그에게 ‘열사’ 호칭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그가 재직했던 인민병원 측은 그의 유가족에게 지난 22일 약 80만위안(약 1억3600만원) 규모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지난 16일 의료진이 새로 입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우한=AP연합

 

한편 코로나19의 진원으로 지목된 우한시 안팎에선 의료진이 감염돼 잇달아 목숨을 잃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한 장베이 병원은 위챗을 통해 소화기 전문의였던 29세의 샤스스가 지난 23일 코로나19로 숨졌다고 밝혔다.

 

같은날 후베이성 중부 도시에서도 호흡기질환과 전문의인 42세의 왕원쥔도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가 일했던 샤오관 중앙병원에 따르면 왕씨는 호흡기질환과 부과장으로 근무했다.

 

우한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에는 우한병원의 원장이었던 류지밍 신경외과 전문의도 숨졌다.

 

뉴스1에 따르면 중국 국가위생위원회는 이달 중순 의료 종사자 170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들 중 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를 최초로 알린 안과 전문의 리원량이 생전 근무했던 우한중심병원에서는 간호사와 의사 등 230명이 넘는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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