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취재기자가 ‘일부 언론들이 경찰 입장으로 물타기식 기사 제목을 써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기자는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를 둘러싼 주가 조작사건 연루 의혹을 직접 제기한 바 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17일 오후 YTN 라디오 프로그램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김 대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 연루 의혹을 취재·보도한 경위 등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타파 “경찰, 내사 대상만 부정. 주가 조작 연루 의혹까지 부정하진 않았다”
심 기자는 먼저 “오늘 경찰청 관계자는 김건희씨가 내사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며 “많은 언론 기사들이 그것을 제목으로 땄다”고 전했다.
이어 “해명을 뜯어보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내사한 적이 있고, 그 보고서에 김씨가 나오는 것까진 맞다”며 ”그런데 김건희씨가 중점적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연히 주범이 따로 있었으니까, 주범이 아니라서 김씨가 중점적인 대상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것을 마치 이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쓴 기사들이 올라왔다”며 ”저도 기자지만 기사를 그렇게 쓰면 안 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뉴스타파는 경찰이 2013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산한 수사 첩보 보고서에 김 대표가 연루된 의혹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논란이 일자 경찰 관계자는 “도이치 관련 내사를 진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 대표를 중심으로 보던 건이 아니어서 내사 대상자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금융감독원 측에서 협조가 안 돼 내사가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찰 입장이 전해지자 복수의 언론은 윤 총장의 부인 김 대표의 주자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경찰이 내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는 취지로 보도를 이어갔다.
심 기자는 이와 관련,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김 대표의 연루 의혹을 인지했기 때문에 사건 관계자는 맞는데도 언론이 ‘내사 대상이 아니었다’를 기사 제목에 넣어 마치 김 대표의 연루 의혹이 아예 없었단 식의 뉘앙스로 보도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사건 본질은 권 회장과 김 대표 간 유착 정황, 큰 거래 3번이나”
내사 보고서를 직접 입수했단 뉴스타파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11년 주식시장에서 일명 ‘선수’로 활동한 이모씨와 공모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시세 조정한 혐의를 두고 내사를 벌였다.
당시 김 대표도 권 회장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고, 2010년 2월 초쯤 도이치모터스의 주식 및 현금 10억원 등을 맡겨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2009년 우회 상장으로 9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던 도이치모터스의 주식은 10개월 만에 2000원에 떨어졌으나 이후 1∼2년에 걸쳐 8000원대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해 이씨를 직접 만났다는 심 기자는 “두번 통화했는데, 처음에 제가 ‘권 회장하고 주식 일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것을 왜 지금 물어보시죠’라고 대답했다”며 ”‘김건희씨를 만났냐’고 묻자 ‘기억이 안 납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두번째 통화에선 ‘저는 정말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만 이야기했다”며 “‘아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부정을 안 한 걸 봐서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권 회장이나 김 대표에게도 저희가 등기 우편도 보내고, 사무실로 찾아가고 전화도 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 회장이 왜 김 대표에게만 투자 혜택을 줬느냐’에 취지의 질문에 심 기자는 “김 대표와 권 회장 간 큰 거래가 3번 있었다”며 “이번 의혹을 비롯해 이 회사가 출범할 때 주식을 액면가 500원에 2억원어치를 김건희씨한테 배정도 해줬는데, 비상장이니까 아무나 못 사는 주식”이라며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기관 투자자인 미래에셋보다 20%나 싸게 산 의혹도 있다”고 했다.
권 회장은 김 대표가 자동차 할부금융 업체인 도이치파이낸셜의 비상장 주식에 20억원을 투자하도록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기자는 “이게 800원, 혹은 1000원, 1500원짜리 주식인데, 누군가한테 500원에 팔았다는 것”이라며 ”500원에 산 사람은 완전 이득을 본 것이라 ‘혹시 거래를 가장해 놓고 맡겨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고 의심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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