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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개편·불완전판매 책임… 공룡 GA, 변해야 생존한다

입력 : 2020-02-22 21:00:00 수정 : 2020-02-22 17: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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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이 된 ‘소비자 보호’/ 2018년 모집액 40조… 점유율 50% 넘겨/ 보험사 전속 설계사보다 17조 가량 많아/ 높은 수수료 상품 판매관행이 문제 초래/ 소비자·보험사간 갈등 업계 전체 위협/ 보험시장 성장 둔화도 위기감 고조시켜/ GA도 설계사 정규직화 등 자구책 내놔

최근 몇 년간 보험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법인보험대리점(GA)이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비교·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보험업계의 ‘백화점’ 같은 존재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GA는 몇 년 새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며 양적 성장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상대적으로 높은 불완전판매율(상품에 대한 정확한 안내 없이 판매한 비율)로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키와 몸집은 성인인데 입고 있는 옷은 중·고등학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GA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소비자 신뢰를 최우선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최근 GA 소속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로 마음고생을 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자주 다니던 A씨에게 친척이 설계사 지인을 소개해준 게 화근이었다. 친척은 실손의료보험조차 없었던 A씨에게 “실손보험이라도 가입해보라”며 설계사를 소개해줬지만, 설계사는 A씨를 만난 자리에서 실손보험뿐 아니라 종신보험도 권유했다. A씨는 “설계사가 처음에는 몸을 걱정해주는 듯하며 실손보험을 추천해주더니 갑자기 다른 회사의 종신보험 상품을 권유했다”며 “‘이 상품이 너무 좋아서 자기와 주변 직원들도 다 가입했다’는 식으로 계속 설득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설계사가 친척의 지인이기도 하고 해당 상품이 좋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가입하겠다고 약속하고 자리를 떴다. A씨는 이때만 해도 해당 상품이 저축성보험인 줄 알았지 종신보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며칠 뒤 설계사는 본인이 알아서 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전화했다. A씨는 “번거롭지 않게 대신 가입해줘서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며 “설계사가 종신보험이라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절대로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뒤늦게 종신보험임을 깨달은 그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겨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급성장했지만… 맞지 않는 옷 입고 있는 GA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뒤 골라서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GA는 소비자에게 분명 매력적인 채널이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GA는 2000년대부터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A의 2018년 보험 모집액은 40조5656억원(52.8%)을 기록해 최초로 보험시장 점유율 50%를 넘겼다. 이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 모집액인 23조8141억원(31%)보다 17조원가량 많은 수치다. 고객들이 보험사 소속 설계사보다 GA 소속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중형 GA(설계사 수가 100명에서 500명)와 대형 GA(설계사가 500명 이상)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7년 5조2102억원이던 중·대형 GA의 수입수수료는 2018년 6조934억원을 기록해 17%가량 올랐다.

GA가 이처럼 빠른 성장을 한 배경으로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계약체결을 권유한 관행을 빼놓을 수 없다. 설계사는 보험 상품을 판매하면 상품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데, 고객의 보험료가 높을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다.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불건전 영업행위가 득세하기 쉬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실제 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17년과 2018년 GA 불완전판매율이 각각 0.28%, 0.2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속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이 각각 0.19%, 0.12%인 것을 감안하면 GA의 불완전판매율이 0.09%포인트 높은 셈이다. 높은 불완전판매율은 소비자 신뢰를 깎아먹고, 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보험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모집수수료 개편 등… GA 조여 오는 환경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계약 첫해의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이다. 모집수수료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모집에 대한 대가로 설계사나 대리점에게 지급하는 비용인데, 현재는 모집수수료가 납입보험료보다 높아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를 들면, 설계사가 월 보험료 10만원인 상품을 팔면 수수료로 120만원(1200%) 이상을 받아갈 수 있어 1년 뒤 보험계약을 해지해도 차익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즉 설계사 입장에서는 차익을 노린 작성계약을 할 유인이 있는 것이다.

모집수수료 제한 정책이 시행되면 GA업계는 다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설계사들이 그간 받던 수수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를 받게 되면 보험사로의 이탈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GA업계는 해당 정책에 즉각 반발했지만, 감독규정 개정안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시행된다.

GA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2020년 보험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책임체계를 보험회사, GA, 보험설계사 3원 중심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보험업법에 따라 GA가 불완전판매를 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보험회사가 지는 구조였다. 다만 현재도 보험사가 GA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긴 하나 이 같은 사례가 많지는 않다.

◆‘신뢰 회복 위해’… 내방형 점포 만들고, 정규직 채용

보험업계 전반적인 환경이 악화하자 GA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정규직을 채용하고 은행처럼 내방형 점포를 만들어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대형 GA인 피플라이프와 리치앤코는 각각 2018년, 지난해부터 내방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내방형 점포는 그간 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보험 영업을 하던 방식을 소비자가 점포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180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방형 점포의 특징은 보험 가입 강요가 없다는 점이다. 내방형 점포에서 근무하는 설계사들이 정규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피플라이프와 리치앤코는 내방형 점포에서 일하는 설계사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 금액의 기본급을 받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마케팅도 눈에 띈다. 일부 GA들은 자체 앱을 만들어 고객 편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앱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보험금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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