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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휘청이는 중국… 시험대 오른 시진핑 리더십

입력 : 2020-02-22 14:00:00 수정 : 2020-02-22 14: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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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미치는 파장 어디까지 /시 주석·공산당 정보통제 사태 키워/ 거센 비난 직면… 집권 후 최대 위기/ “1979년 소련 탄저균 노출사고 유사” /中 부동산·車 판매·여행 산업 ‘직격탄’/ 소비재 등 내수 경기도 위축 불가피/ 5·6월까지도 시장 회복 불투명 전망 / 한국 포함 글로벌 경제 타격 불가피/ 부품·원자재 공급 개도국도 충격파/ 사스·조류독감 때보다 피해 더 클 듯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10일 마스크를 쓴 한 중국인 남성이 생필품을 손에 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 초상화가 걸린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위기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의 설립자이자 국제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2009년 출간한 저서 ‘100년 후’에서 2020년 중국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군사 부문의 독보적 전문성으로 무장한 프리드먼의 미래 예측은 정확도가 높아 그에겐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중국을 빼놓고 미래를 말할 수는 없으나 중국이 세계 주요 강대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이유는 중국이 고속성장을 지속할 수 없을뿐더러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정치·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 감소 이외에 프리드먼이 예측하지 못한 대형 돌발변수가 하나 더 떠올랐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지도력은 물론 중국 공산당 1당 지배체제의 지속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서방 언론·전문가 “시진핑 집권 이후 최대 위기”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 공산당의 미래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시 주석과 공산당은 현재 중국 안팎에서 정보통제로 사태를 키웠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한 상태고 중국 내 성난 민심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코로나19 사태를 시 주석 임기 중 발생한 최악의 인도주의적·경제적 위기로 진단했다. 미국의 대표적 네오콘인 폴 월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블로그에 올린 ‘중국의 공산주의가 코로나19 사태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골적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군부와 연계된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는 점을 언급하며 1979년 발생한 소련의 탄저균 노출 사고와 유사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당시 소련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숨겼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십명이 갑자기 사망한 사고의 진실은 13년이 지난 1992년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 생화학무기연구소 총책임자인 켄 알리베크가 생화학무기로 개발한 탄저균이 외부로 유출돼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1분41초 분량의 동영상은 메시지가 더 선명하다. 동영상엔 우한시 간부가 지방은 중앙 정부가 하라는 대로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장면과 우한시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이 한밤중 구호를 외치는 소리에 이어 지난해 홍콩 우산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중국 공안이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모습이 차례로 나온다. 이런 영상 위로는 “중국 공산당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자막이 흐른다. 이 동영상이 삽입된 ‘중국은 아시아의 진짜 병자’라는 제목의 WSJ 칼럼엔 3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인종차별적”이라며 당장 신문 구독을 끊겠다는 중국계 독자들의 거센 항의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는 반응이 팽팽히 맞섰다.

◆코로나19발 경제 파장 예측 불허

시 주석과 공산당을 향한 중국 안팎의 사나운 눈초리와 불신은 수그러들까. 최대 변수는 경제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로썬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P통신이 베이징발로 전한 분위기를 보면 중국 내부 경제 전문가들조차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중국 도시 곳곳이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고 주민들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곳이 늘고 있어 이 여파로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자동차 판매와 여행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가구를 비롯한 일반 소비재 시장 등 연관산업도 즉각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베이징 시내의 한 업체 관계자는 AP통신에 “우리는 5월이나 6월까지도 시장이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감면·보조금 지급 등의 조치를 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세계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외신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조치로 중국 내 문 닫은 공장이 많아졌고 이는 곧 세계의 스마트폰, 가구, 장난감, 가전제품 공급 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러한 산업 부문과 연관된 부품·원자재 공급을 해온 개발도상국에도 충격파가 미칠 것이며 중국이 중요한 수출 시장인 한국도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AP통신은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직전보다 7.28% 감소하며 전 세계에서 감소율이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거나 관계가 밀접한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도 전 세계 평균(2.86%)보다 감소율이 높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이 지난 10일 베이징에 있는 의료시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화상 연결로 격려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사스·조류독감 때보다 충격 더 클 것”

중국발 바이러스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문제는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이번에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성균중국연구소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조류독감(AI)이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3년 2분기 사스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중국의 GDP 성장률은 6.7%로 같은 기간 1분기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9.6%와 9.9%로 빠른 회복세로 전환됐다. 당시 실물경제 부문에선 주로 소비 분야가 타격을 입었는데 숙박업의 경우 전년 대비 수입이 80% 감소하고 여행사·항공사·철도·요식업·운수업 등 수입이 10∼15% 감소했다. 금융시장은 잠깐 불안정한 상황을 보였으나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금세 안정세를 되찾았다. AI의 경우엔 사스와 달리 전국적·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감염자가 발생해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차원이 다르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자료를 통해 “2003년 중국은 고성장 시기여서 성장률 감소 여파를 흡수할 수 있었으나 2020년 상황은 중·저성장기라는 점에서 충격이 클 수 있다”며 “중국의 바오류(保六·GDP 6%대)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수출부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GDP)이 1% 둔화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GDP는 약 0.35%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대형 컨벤션 센터를 개조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임시병원에서 지난 10일 환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우한=신화·연합뉴스

연구소는 특히 “서비스업 중심 피해가 제조업으로 이전되고 있고 중국과 생산 네트워크가 맞물려 있는 자동차 및 전기·전자, 정유업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후베이 등 지역 기피 현상과 유동성 저하, 부품소재 공급 라인의 균열,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 재정적자로 인한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블룸버그가 추산한 중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5.8%로,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코로나19가 3월까지 지속하는 경우 1분기 경제성장률이 5.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시티은행은 4.8% 이하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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