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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봄의 환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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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4 22:59:00 수정 : 2020-02-14 22: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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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폴 고갱의 화가 인생은 뒤늦게 시작됐다. 증권 중개인으로 인상주의 그림을 수집하며 화가들과 알게 되면서 32살 때 증권 중개인 생활을 접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고갱은 처음에는 인상주의 영향으로 화려하고 밝은색을 짧은 붓 자국으로 나타내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곧 인상주의 그림이 감각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자연에 봉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상징주의 경향으로 돌아섰다. 그림이 눈에 보이는 세계를 나타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이념이나 사상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까지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는 이런 경향의 대표적 작품이다. 정신적 가치의 상징과 표현을 추구하면서 고민에 빠졌던 고갱이 자살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이다. 타히티 섬에서 보고 신비롭게 느꼈던 원시적인 정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고, 그 안에 삶에 관한 물음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가운데 있는 남자는 삶의 지혜를 제공해 줄 열매를 따려 한다. 그 남자 왼쪽에는 원시종교의 도상이 보이고, 주변에 비탄에 잠긴 표정의 사람들이 있다. 그곳 색채는 조금 어둡게 칠해져 절망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그 반대편 화면 오른쪽에 있는 여인들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밝고 색채도 화사하게 칠해졌다. 어둡고 절망적인 과거의 상황에서 출발해서 인간존재와 삶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하는 현재의 우리가 있고,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고 환희에 찬 미래로 향해야 한다는 고갱의 생각을 철학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오늘을 사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때다.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말까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럼에도 치사율이 당초 알려진 4%보다 훨씬 낮은 0.3~0.4%라는 연구결과를 믿고 싶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도 반갑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만 위축된 마음이 풀리는 봄의 환희를 기대한다.

박일호 이화여대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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