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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美공군 최고 에이스, 압록강변에 잠들다

입력 : 2020-02-12 06:00:00 수정 : 2020-02-11 21: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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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참전용사 조지 데이비스, 6·25에도 참전 / 적군 미그15 전투기 3대 격추 후 피탄돼 추락사 / 시신 아직 못 찾아… 1계급 진급·명예훈장 추서

공군에서 ‘에이스’라고 하면 보통 전투기 조종사들 중에서도 기량이 가장 뛰어난 격추왕을 뜻한다. 적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이겨 여러 대를 격추시킨 이를 에이스라고 부른다.

 

6·25전쟁 발발 70주기를 맞아 미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전쟁 당시 한반도 상공을 누비며 중공 및 북한 공군과 싸운 미 공군의 에이스를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11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조지 데이비스(1920∼1952) 공군 소령은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서 모두 활약한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대학 졸업 후 2차 대전 중인 1942년 미 육군 항공대(현 공군)에 장교 후보생으로 입대한 그는 조종 교육을 이수하고 P-47 선더볼트 조종사가 됐다. 태평양 전선에 투입돼 일본군과 싸운 데이비스는 19개월간 총 266차례 실전 임무를 수행했다.

6·25전쟁 당시 미 공군 조종사로 참전해 적기 14대를 격추시킨 ‘에이스’ 조지 데이비스(1920∼1952) 소령. 미 공군 제공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전투기 기술은 눈부시게 발달했다. 데이비스도 예전에 몬 P-47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제트 전투기 F-86 세이버 조종사로 거듭났다.

 

한국에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한 데이비스는 몇 달 뒤 일선 전투비행대대 대대장으로 참전했다. 1년가량 한반도 상공에서 힘겨운 공중전을 치른 그는 1952년 2월10일 마침내 ‘운명의 날’을 맞는다.

 

그날 데이비스가 이끄는 미 공군의 F-86 전투기 4대는 북한과 중국 만주의 접경 부근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소련제 미그15 전투기 12대로 구성된 적군과 조우했다. 중과부적이었지만 조종 실력은 물론 용기와 대범함 면에서 적보다 월등했던 데이비스는 혼자 미그15 전투기 3대를 격추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수적 열세를 피하긴 어려웠다. 데이비스가 3번째 전투기를 격추한 직후 그가 몰던 F-86 전투기도 적기가 쏜 총탄에 맞아 크게 파손됐다. 조종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빙글빙글 돌던 데이비스의 전투기는 끝내 압록강 남쪽 40㎞ 지점 야산에 추락했다. 당시 32세였던 데이비스도 장렬하게 산화했다.

미 국방부 기록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6·25전쟁 기간 총 60차례 작전 임무를 위해 출격했고, 마지막 전투에서 파괴한 3대를 포함해 총 14대의 적기를 격추시켰다. 미 정부는 전후 데이비스의 공로를 인정해 그를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시킴은 물론 미국에서 현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도 추서했다.

 

1954년 5월 열린 훈장 수여식에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데비이스를 대신해 부모와 아내, 그리고 자녀들이 참석했다. 2차 대전부터 6·25전쟁까지 늘 집을 떠나 있어 정작 데이비스는 생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자녀들이란 점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데이비스의 이름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태평양 지역 추모관 내 ‘실종자의 벽(Wall of the Missing)’에 새겨져 있다. 평안북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데이비스는 6·25전쟁 70주기를 맞아 이제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부활, 저 높은 곳에서 한국의 하늘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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