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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 지휘 ‘하늘의 요새’가 뜬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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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8 10:00:00 수정 : 2020-02-08 11: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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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장에서 승패를 결정짓던 전투기의 기술 발전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적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수준이 아닌, 지금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중전을 지휘 통제할 수 있는 ‘하늘의 요새’로 탈바꿈할 태세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군을 보유한 미국을 포함해 러시아와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F-22, F-35A 스텔스 전투기보다 더 강력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과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미국 외에 다른 나라의 개발 프로젝트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음속보다 빠르고 지능도 뛰어난 美 전투기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기술인 스텔스 개념을 선도하는 미국은 이를 뛰어넘는 전투기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F-22와 F-35A 스텔스 전투기로도 세계의 하늘을 장악할 수 있지만, 2030년대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 공군력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전투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2030년대 실전 배치할 6세대 전투기 상상도. 위키피디아

지난달 31일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 따르면 미국은 6세대 전투기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2030~2040년대 전력화될 예정인 이 전투기는 공기역학적 설계를 적용해 꼬리 날개가 없는 모양으로 개발되며, 극초음속 비행과 초음속 순항이 가능한 엔진을 새로 만들어 탑재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사이버전 대응 기술이 적용되며 공중에서 수십 대의 군집 드론을 지휘할 수 있는 기술도 탑재할 예정이다.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를 네트워크로 통합해 조종사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AI의 지원을 받아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정보분석체계는 데이터베이스와의 비교를 통한 정보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1000분의 1초 수준까지 낮춘다. 조종사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의 6세대 전투기가 미래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미래 전쟁에서 미사일을 대신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레이저 무기는 2020년대 중반까지 도입한다. 레이저 무기가 장착되면 연료와 전자장비 탑재 공간이 그만큼 넓어져 전투기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Su-57 스텔스 전투기가 성능시험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미국을 잡아라”, 전투기 개발 뛰어든 선진국들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도 6세대 전투기를 만드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6세대 전투기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하지만 기술과 예산 문제로 개발이 쉽지 않다.

 

러시아는 현재 6세대 전투기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세르게이 호흘로프 항공시스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9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6세대 전투기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6세대 전투기는 자동조종시스템 장착이 기존 5세대 전투기와 다른 점이며, 그 외의 모든 요소는 기존 전투기의 속도, 기동 능력, 스텔스 기능 등을 높이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엔진과 레이저 무기 등 6세대 전투기에 탑재될 장비 개발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 Su-57은 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양산을 시작했다. Su-57은 러시아가 F-22와 F-35A처럼 실전배치된 미국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대항마로 개발해온 차세대 전투기다. 2010년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12대의 시제기가 생산돼 10대가 시험비행을 했으며, 2018년 2월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에 2대가 파견돼 실전 시험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Su-57 생산이 시작된 현실과 예산 문제를 감안, 러시아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서두르는 대신 Su-57 배치와 기존 Su-35 성능개량 등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도 2035년까지 레이저 무기와 AI, 드론 통제 능력, 고성능 스텔스 기능 등을 갖춘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J-20 개발자인 왕하이펑은 “이 전투기는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레이저·음속 무기를 적용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런 기능들을 선택해 중국에 최적화한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5세대 전투기인 J-20과 J-31의 성능 및 생산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6세대 전투기를 만들 능력이 있는가를 두고 의문도 적지 않다. J-20은 중국산 WS-15 엔진 결함으로 대량 생산이 지연됐다. 1990년대 착수해 2004년 시제품이 완성된 WS-15 개발에 중국은 1500억 위안(약 25조원)을 쏟아부었으나, 2015년 터빈 블레이드 품질 문제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 양산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는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J-20의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본의 차세대전투기(F-X) 상상도. 높은 수준의 스텔스 기능이 포함됐다. 방위성 제공

일본은 F-X라 불리는 차세대전투기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항공자위대 F-2 전투기를 2030년 대체할 F-X는 6세대 전투기의 특성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은 2021 회계연도 내각 예산을 확정하는 12월까지 개발 파트너와 관련된 예비 프레임 워크를 결정할 방침이다. 개념 설계는 일본 주도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나 외국 업체의 참여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F-X는 미국 등 선진국이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와 유사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추정된다. 방위성이 공개한 상상도에 따르면, 동체에서 미익에 이르는 기체 주요 부분에 접합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스텔스 성능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F-35A를 능가하는 성능의 전자장비와 네트워크 시스템을 합친다면 중국, 러시아 공군에 맞설 잠재력이 한층 향상될 전망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차세대전투기를 2040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며, 영국도 템페스트라 불리는 6세대 전투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 간의 이해관계와 기업에게 일감을 할당하는 문제, 재정 부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당초 계획대로 개발이 추진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6세대 전투기를 확보해야 미래 안보와 기술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2030년대 이후 제공권 장악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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